100원 동전 속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그린 화백의 유족들이 “40년치 저작권 이용료를 돌려달라”며 한국은행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동전 앞면에 사용되고 있는 이순신 장군 영정의 저작권은 한국은행에 있다고 판단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6단독 조진용 판사는 100원 동전 속 이순신 장군 영정을 그린 고 장우성 화백의 유족 장아무개씨가 한국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장 화백은 1953년 충무공기념사업회의 의뢰로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을 제작했다. 이후 1975년에는 당시 문화공보부 의뢰로 ‘화폐 도안용 영정’을 제작해 한국은행에 제공했다. 한국은행은 장 화백에게 15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현재는 계약서가 사라져 당시 자세한 계약 조건과 기간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후 ‘표준영정’은 1973년부터 사용된 500원권 지폐에 사용됐고, 1983년부터 현재까지 사용된 100원 동전엔 ‘화폐 도안용 영정’이 사용됐다. 이에 장 화백의 유족은 한국은행이 장 화백에게 저작물 이용 동의를 받지 않고 표준영정과 화폐 도안용 영정을 사용해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2021년 1억원의 배상금과 그 지연이자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표준영정과 화폐 도안용 영정에 대한 장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표준영정은 저작권이 장 화백에게 있지만,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유족은 “표준영정의 복제권을 비롯한 저작권 일체는 의용저작권법(일본 저작권법을 적용한 법률)에 따라 장 화백에게 원칙적으로 귀속된다”며 “다만 원고는 한국은행이 1973년부터 500원권 지폐에 충무공 영정을 사용했다는 주장만 하고 원고가 입은 피해와 피고가 얻은 이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복제권 침해로 손해를 봤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00원 동전에 사용된 화폐 도안용 영정은 한국은행에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구 저작권법 제13조에 의하여 촉탁자인 한국은행에게 저작권이 원시적으로 귀속된다”며 “장 화백은 제작물공급계약에 기해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을 제작·제공했고, 한국은행으로부터 대금 150만원을 지급받았으므로, 화폐 도안용 충무공 영정에 대한 소유권이 장 화백에게 유보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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