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사단이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 사건 수사를 마무리할 무렵, 민간 검사가 군 검찰에 전화해 ‘수사 기록을 보여달라’고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검찰이 거부했지만 이런 요구는 2주간 9차례나 이어졌다. 이제껏 알려진 ‘국방부-해병대 사령부’를 통한 수사 외압 의혹과 달리 또다른 경로로 수사 외압이 시도된 정황이라는 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쪽 주장이다. 검찰은 ‘규정에 따른 정당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16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 등을 보면, 대구지검 포항지청에서 근무하는 이아무개·최아무개 검사는 지난 7월20일부터 8월2일까지 해군 검찰단에 9차례 전화를 걸어 ‘수사기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도 인정하는 내용으로 경찰에 사건이 송치된다는 사실을 대통령실 등이 알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7월 28일 특히 집중됐다.
군인 변사 사건의 경우 민간 검사가 검시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한 검사라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검찰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 절차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근거로 ‘의견 제시에 필요하니 수사기록을 전부 보여달라’고 수차례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박 대령 쪽은 검찰의 요구가 법적 근거도 없는 수사자료 열람 요청이라고 본다. 협조 관계인 군 검찰이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9차례나 전화하며 ‘집요하게’ 수사기록을 요구한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해병대 수사단에서 임 사단장의 책임을 물으려 하자 ‘의견 제시’라는 형식을 빌려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대령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한겨레에 “임 사단장도 이첩 대상이라는 걸 알게 된 7월28일 전화가 4차례 집중됐고, 같은 날 검사는 경북경찰청에도 전화했다. 같은 날 안보실도 자료를 요구했다”라며 “경찰과 검찰, 국방부까지 이어지는 합동 작전이 아니었나 의심된다”라고 주장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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