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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왜구가 약탈한 고려 불상, 고국 돌아왔지만…대법 “일본 소유”

등록 2023-10-26 14:29수정 2023-11-08 10:01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연합뉴스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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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쓰시마 사찰에서 도난당해 국내에 들어온 고려시대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충남 서산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 인도 청구 사건 재판에서 원고 패소를 결정한 원심을 26일 확정했다. 

소유권 다툼이 벌어졌던 불상은 높이 50.5㎝, 무게 38.6㎏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이다. 1951년 불상의 몸체 안에서 발견된 발원결연문에 ‘천력 3년(1330년) 2월 고려국 서주(충남 서산)에 사는 사람들이 현세에서 재앙을 소멸해 복을 받고 후세에는 함께 극락에 태어나기를 원하며 불상을 주조하려 한다’는 취지가 적혀있어 고려 충숙왕 치세기인 1330년 당시 서산 부석사에서 제작한 것이 확실하다. 고려 후기의 전형적인 불상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머리 부분에 상투를 틀어 원래 보관을 썼던 것으로 추정한다. 평안한 미소와 명쾌한 이목구비 등 세부 조형성이 뛰어나 진작부터 연구자들이 주목해온 수작이다. 학계에서는 1352~1381년 5차례 서산 일대에 왜구의 침략이 거듭됐다는 ‘고려사’ 등의 사서기록을 토대로 그 시기 일본에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상을 살펴보면, 곳곳에 불탄 흔적이 있고 보관도 사라져 일본 반입되는 과정에서 큰 변고를 겪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불상은 1526년부터 일본 쓰시마시 사찰 ‘간논지’(관음사)에 400여년 간 봉안되었다가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들이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뒤 팔려다 이듬해 1월 적발돼 검찰에 압수됐다. 그 뒤 현재 서산에 자리한 부석사 쪽이 자신들의 절에서 약탈된 문화재라며 점유이전 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2013년 2월 말 대전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3년간 반환을 유예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10년간의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유예기간이 끝난 직후인 2016년엔 부석사 쪽이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소송을 내면서 논란은 소유권 공방으로 집중됐다. 불상 몸체 안에서 나온 결연문에 서주(서산)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1심은 불상이 왜구에게 약탈당한 사실을 인정하며 서산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서산 부석사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또 불법으로 약탈된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서산 부석사가 해당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시효가 만료됐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서주 부석사와 서산 부석사가 같은 사찰이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불상의 소유권은 일본 사찰에 있다고 판결했다. 1953년 법인을 설립한 일본 관음사가 해당 불상을 도난당한 2012년까지 20년 이상 소유했기 때문에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고 본 것이다. 타인의 물건이더라도 일정 기간 문제없이 점유했다면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보는 ‘취득 시효’ 법리에 따라 불상의 소유권이 정상적으로 일본 사찰로 넘어갔다는 논리다. 

어느 나라의 민법을 적용할지도 쟁점이었으나 대법원은 옛 섭외사법(현 국제사법) 법리에 따라 취득시효가 만료하는 시점에 물건이 소재한 곳의 법을 적용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 옛 일본 민법을 보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되어있다. 한국 민법을 적용한다 해도 동산에 대한 취득시효 기간이 옛 일본 민법보다 짧은 10년이라 결론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논란이 된 불상의 600여년 전 유출 경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기록물이나 근거는 현재 전무하다. 간논사의 ‘연혁약사’에 1526년 불상이 절에 있었다는 기록만 남아있다. 왜구의 침탈 역사로 미뤄 보아 약탈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조사보고서도 간행된 바 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성명을 내어 “판결 결과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약탈해 강제로 국외 반출된 것이 명백한 도난문화재에 취득시효를 인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일 뿐 아니라, 약탈문화재의 은닉과 불법점유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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