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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애인에게 비행기는 ‘복불복’…“하늘서도 이동권 보장을”

등록 2023-11-01 17:35수정 2023-11-01 20:11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출발수속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 지원 등 장애인의 비행기 이용 이동권 보장을 촉구한 뒤 제주행 대한항공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출발수속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 지원 등 장애인의 비행기 이용 이동권 보장을 촉구한 뒤 제주행 대한항공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휠체어 장애인은 비행기에서도 ‘복불복’ 시험에 든다. 1일 낮 12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떠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제주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와 공항을 잇는) 탑승교로 내릴 때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어 직원이 내려줘야 했다”며 “시스템이 없으니 항공사나 공항 등에 따라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는지 달라진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날 기내에서만 휠체어에서 4차례 오르내렸다. 직원에게 업혀 ‘기내 전용 휠체어’를 탄 뒤, 다시 여기서 내려 좌석에 앉아야 했다. 내릴 때도 순서를 거꾸로 반복했다. 평소 박 대표가 타는 휠체어 폭은 60~80㎝는 되는데 이보다 비행기 통로가 좁아 지나지 못하고, 휠체어 좌석도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날 박 대표가 탄 비행기는 탑승교로 이동할 수 있어 운이 좋은 편이었다. 공항과 탑승교가 이어지지 않은 경우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버스를 탄 뒤 직원에 업혀 계단을 타고 올라가 비행기를 타는 일도 겪을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내 화장실 이용은 언감생심이었다. 박 대표는 “화장실에 가려면 승무원들에게 이동 요청을 해야 하는데, 몸무게가 70㎏ 나가는 저를 옮길 수 있는 승무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 장애인들이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출발수속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 지원 등 장애인의 비행기 이용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 장애인들이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출발수속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 지원 등 장애인의 비행기 이용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하철과 버스 등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온 전장연은 이날 ‘비행기 이동권’을 강조하며 공항과 항공사 쪽에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전장연은 이날 박 대표가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과 김포공항 대한항공 카운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장애인에게 비행기는 물리적 거리의 이동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이동수단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비행기가 여전히 높은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기내 시설 개선과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땐 탑승교 의무 배치 등을 요구했다.

1일 오전 11시40분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고병찬 기자
1일 오전 11시40분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고병찬 기자

전동휠체어 장애인들은 휠체어에 기내 반입이 어려운 ‘배터리’가 탑승 단계부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중증 지체장애인 박현(48)씨는 최근 항공사 카운터에서 직원이 매뉴얼도 없이 인터넷을 검색하며 탑승 가능한 전동휠체어 기종과 배터리 유형 등을 확인하느라 40분이 걸린 적이 있었다. 그는 “전동휠체어가 테러기구도 아닌데, 장애인들은 이것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2∼3시간 일찍 공항에 와야 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항공사업법에 따라 장애인이 항공기에 탑승할 경우 탑승교를 우선 배정하고, 장애인 우선 좌석을 운영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 대상이 된다”면서도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항공기 출발 48시간 전에 미리 요청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마저도 미리 출입이 편한 장애인 우선 좌석을 비장애인이 차지한 경우 등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엔 배정받기 어렵다.

국외에서는 이미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교통부는 지난 7월 125석 이상 좌석을 갖춘 단일 통로형 항공기의 경우 장애인 승객과 승무원이 함께 들어가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화장실을 하나 이상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항공사에 휠체어를 탄 승객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지상에서 휠체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슬로프, 이동식 엘리베이터인 리프트 등 관련 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 장애인들이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출발수속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 지원 등 장애인의 비행기 이용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 장애인들이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출발수속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 지원 등 장애인의 비행기 이용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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