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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시행령 쿠데타’ 비판에 삭제 ‘한동훈 꼼수’…내부지침 몰래 부활

등록 2023-11-06 05:00수정 2023-11-06 17:05

‘~등’ 꼼수 예규로 수사권 제한 또 무력화…검찰 논리대로면 어떤 사건도 직접 수사 가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8월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8월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상위법(검찰청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비공개 대검찰청 예규를 근거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검증보도’를 수사하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을 검찰이 직접 수사개시를 할 수 없는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면서 “내부 지침”(예규)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와 검찰의 자의적 수사권 확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한 검찰청법 시행(2022년 9월10일)을 앞둔 지난해 8월12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검찰 수사개시 범위로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중요 범죄”로 규정돼 있다며 ‘~등’을 확대 해석해 검찰이 공직자·선거 범죄를 비롯한 여러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맞춰 대통령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등은) 예시적 열거”이고 “앞쪽에 예시하고 있는 것에 한정된 것은 당연히 아니다”라며 ‘~등’에 대한 ‘한동훈식 해석’을 내놨다. 수사 가능 범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인 입법자의 의도가 명확한데도, 상위법인 검찰청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시행령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행위는 하위 법령으로 국회가 만든 상위법을 무력화하는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시행령 쿠데타’라고 비판을 받았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직접관련성 있는 범죄’에 대한 판단 역시 느슨하게 풀었다. 기존 대통령령에는 사실상 동일 범죄이거나 범죄수익은닉·무고·범인도피 등 직접 파생된 사건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할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가 최종 공포한 대통령령에서 직접관련성 조항은 삭제됐지만, 문제는 대검이 이 조항을 더 느슨하게 해석할 수 있게 변형해 지난해 9월10일 자신의 비공개 예규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한겨레가 확보한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대검 예규) 제7조에는 직접관련성 판단 기준을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동훈식 해석’에 따르면 제7조는 ‘~등’이 있어 ‘예시적 열거’에 불과한 범인이나 증거 등의 공통성 없이도 검찰이 합리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모든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만능 조항이 된다. 일반 회사로 치면 ‘사규’에 불과한 행정규칙인 예규로 다시 한번 상위법을 거스르는 수사개시 범위 확장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위법한 예규’를 근거로 진행하고 있는 윤석열 검증보도 수사 역시 위법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른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한다며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 제이티비시(JTBC), 리포액트,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 다섯개 언론사의 회사나 전·현직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 가운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언론사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된 뉴스타파뿐이다.

검찰은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이라는 예규 조항을 이용해 다른 언론사의 명예훼손 사건도 수사 중이다. 하지만 뉴스타파와 경향신문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 영장에 등장하는 공통점은 피해자가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사실뿐이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내규가 외부적인 효력을 가지려면 법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해당 예규는 법적 근거도 없고, 상위법의 취지마저 왜곡한다”며 “자체 매뉴얼 수준의 예규를 근거로 배임수재 사건과 명예훼손 사건이 관련 있다고 판단해 수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범법적인 수사”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개시 범위와 관련해 앞으로 법원 판례를 통해 정리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런 ‘시차’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기영 전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검찰이 권한 없는 수사를 해 기소됐다고 피고인이 문제 삼으면 대법원까지 가서 판례가 나올 수 있겠지만 시간이 한참 걸린다”며 “검찰이 지금 그 시간차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의 예규 꼼수를 이용한 윤석열 검증보도 수사로 지난해 법무부가 대통령령 개정 이유로 들었던 ‘피해자 인권 보호’라는 명분도 퇴색했다. 지난해 8월11일 한동훈 장관은 브리핑에서 직접관련성이 폭넓게 인정되어야 “부당한 절차 지연에 따른 심각한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권력형 성범죄 등을 사례로 들며 검찰이 여러 관련 사건 수사를 직접 할 수 있어야 “피해자 구제에도 좋고, 수사의 효율성으로도 좋고, 사건이 금방 처리되고, 그리고 그게 더 사회적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검찰이 해당 조항을 이용해 윤석열 검증보도 수사를 진행하면서 직접관련성의 폭넓은 정의가 윤석열 대통령의 빠른 ‘구제’와 윤 대통령 검증보도에 대한 ‘효율적 수사’, 언론 자유의 위축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주는 근거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정환봉 bonge@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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