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물류를 독점해온 글로비스는 자신이 직접 자동차 운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탁송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회사다. 일단 글로비스의 탁송 하청업체로 선정되면 돈벌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로 알려져 있다. 글로비스가 확보한 현대·기아차 물량은 고스란히 탁송회사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탁송 차량은 기본적으로 지입제로 운영되며, 물량 또한 글로비스에서 배정돼 내려오기 때문에 특별히 영업이나 광고를 할 필요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대당 15만원 안팎인 자동차 탁송료의 경우 대부분 현금 결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탁송회사들 사이에서 글로비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구도 아래 글로비스의 탁송회사로 선정되는 것 자체를 큰 이권으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선정 과정에서 막대한 돈거래가 오고갈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글로비스 우산’ 아래로 들어선 하청업체들은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받는 대가로 매출 일부를 떼어줬을 가능성도 크다.
이것말고도 글로비스가 조성한 비자금에는 물류기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래 자금도 포함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동차 물류 사정에 밝은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탁송회사들이 자동차 물류기지를 조성하면서 글로비스와 관련 있는 땅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해 준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탁송회사들은 지입제를 이용해 사무실과 전화 몇 대만 있으면 돌아가는 구조”라며 “수익금의 일부도 사례비로 쓰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비스가 전국 주요 거점별로 거느린 탁송회사는 20여곳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2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50억원을 들여 만든 글로비스가 그룹의 몰아주기식 지원으로 지난해 매출 1조5408억원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한 탁송회사가 적어도 연간 5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는 얘기다. 일부 탁송회사는 전 현대차 임원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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