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자금관리로 최고 경영자 올라
지난 26일 검찰에 긴급체포된 이주은(61) 글로비스 사장은 현대·기아차그룹의 임원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유명인사가 아니다. 자동차회사의 경영자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길 만한 활동이 없었는데다 그룹과 관련한 특별한 일도 하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그룹 계열사 사장 가운데 유일하게 최고경영자로 오르기 이전까지 자금업무만 주로 해 왔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선린상고와 광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현대자동차써비스에 입사했다. 현대차써비스에서 꼼꼼하게 자금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평가받아 이사에서 전무까지 줄곧 경리담당을 했다. 2000년 현대자동차써비스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 나뉘어 흡수되자 현대차 애프터서비스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1년쯤 근무하다가 2001년 2월 글로비스(당시 한국로지텍) 설립과 동시에 사장으로 임명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글로비스가 5년 만에 매출 1조5408억원의 대형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계열사들의 물량 몰아주기가 있었지만 이를 잘 관리한 이 사장의 공로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100% 출자한 자본금 12억5300만원의 회사를 상장시켜 시가총액 1조5천억원(27일 현재)짜리 회사로 키운 게 이주은 사장이 장수한 배경으로 보인다. 이 사장과 함께 긴급체포된 곽아무개 자금담당 팀장은 단지 실무자로서 검찰 수사망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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