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시 한 캠핑장에서 50대 부부가 텐트 안에서 불을 피운 채 잠들었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겨울철 캠핑에서 춥다고 불을 피우거나 온열기구를 사용하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화를 당하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소방청은 주의를 당부한다.
12일 여주소방서는 전날인 11일 오전 9시55분께 경기도 여주시 한 캠핑장에서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해 텐트 안에서 숨진 50대 부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신고자는 텐트 안에서 인기척이 없고, 텐트 주변에서 탄 냄새가 나자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텐트 안에서는 숯불을 피운 흔적이 있는 화로대가 발견됐다. 사인을 수사 중인 경찰은 숨진 부부의 몸에서 외상, 유서 등 자살이나 타살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사고로 이들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도 광주광역시 북구 생용동 한 저수지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던 6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텐트 안에서 액화석유가스(LPG)를 연결해 사용하는 휴대용 온열기구를 사용하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날씨가 쌀쌀해지는 매년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소방청이 지난해 발표한 일산화탄소 사고 통계를 보면, 지난 2019∼2021년 3년 간 119에 신고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총 471건인데 이 중 85.1%인 401건이 10월∼3월 사이 발생했다.
주거시설에서 사고의 62.6%(295건)가 발생했으나 캠핑장이나 차박캠핑을 하러 온 여행객의 차량이나 텐트 안에서 발생한 중독 사고도 123건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경우 나타나는 증상들. 소방청 누리집 갈무리
캠핑족의 경우 가스류에 노출되는 경우가 76건(61.8%)으로 가장 많았고, 목재류 31건(25.2%), 석탄류 11건(8%), 석유류 5건(4.1%) 순이었다. 부탄가스를 이용한 휴대용 난로나 온수매트에서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온 경우가 가장 많았던 셈이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텐트 안에서 화로에 숯불을 피우거나 나뭇가지를 태우는 경우도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이어졌다.
일산화탄소는 색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아 노출된 상태에서도 이를 인지할 수 없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면 처음에는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을 느끼다가 이어 구토, 호흡곤란, 손발저림, 전신쇠약 등으로 증세가 심해진다. 잠든 상태에서 노출될 경우 깨어나기 힘들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
소방청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바로 환기를 시켜주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며 “일산화탄소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겨울철 난방기기를 사용할 때 수시로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겨울철 캠핑을 할 때는 차량이나 텐트 안에서 석탄, 목재류를 사용하지 말고, 부탄가스 난방용품을 쓸 때는 수시로 환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대용 일산화탄소감지기를 구비하는 것도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