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전국 곳곳을 방문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한 한 장관의 정책현장 방문은 임기 내내 두달에 한번 꼴로 이뤄졌지만 ‘총선 출마설’이 본격화 된 이달 들어 일주일에 세 차례나 지역을 찾는 등 현장방문이 급증했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검찰 안팎에선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이달 24일까지 19개월 동안 모두 12번의 ‘정책현장 방문’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한겨레 취재결과 파악됐다. 취임 뒤 첫 정책현장 방문은 지난해 6월10일 방문한 청주교도소로, 같은 달 22일에는 안양교도소에 방문했다. 4개월 뒤인 10월11일 서울보호관찰소와 13일 소망교도소를 찾았고, 두달 뒤인 12월에는 서울동부구치소에 갔다.
올해 들어서는 2월20일 수원보호관찰소, 4월7일 부산고검, 5월12일 인천국제공항을 정책현장 방문 개념으로 갔다. 10월30일에는 외국인 이민정책 테스트베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전라북도 완주군을 정책현장 방문하기도 했다. 취임한 5월부터 지난 10월까지 1년6개월 동안 정책현장 방문이라는 이름을 걸고 찾아간 곳은 모두 9곳이다. 두달에 한번 꼴로 정책현장 방문이 이뤄진 셈이다.
이런 정책현장 방문은 ‘출마설’이 본격화 된 11월 들어 급격하게 늘었다. 17일 범죄피해자 심리치유 기관인 대구스마일센터 등을 갔고, 21일에는 과학기술 우수인재 비자제도와 관련해 대전 카이스트 등을 방문했다. 24일에는 조선업 숙련기능인력 도입 관련 울산 현대중공업 등을 찾았다. 일주일 사이 정책현장 방문을 위해 대구, 대전, 울산을 찾은 것이다. 이달 들어 ‘법무 정책을 위한 방문’임을 강조하려는 듯 ‘정책현장 방문’이 ‘법무정책현장 방문’으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정책을 위해 현장을 찾는다곤 하지만 늘 주목받는 건 한 장관의 ‘정치적 언어’들이다. 지난 17일 범죄피해자 심리치유 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찾은 대구에선 “대구시민들을 대단히 존경해왔다”고 했고, 21일 외국인 사회통합프로그램 평가를 위해 찾은 대전에선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만 쓰는 사투리가 아니라 5000만 국민의 언어를 쓰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을 비판하며 ‘탄핵되야할 사람은 검찰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장관직을 이용해 총선 출마를 위한 정치적 활동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장관과 법무부는 밀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한 장관은 “제가 국회에 불려 다니지 않아도 되는 특이한 기간이 생겨 그동안 미뤄왔던 일정을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법무부 관계자도 “국회 일정 때문에 밀린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라며 “전임 법무부 장관도 (현장 방문을) 많이 다녔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문제될 게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정치인이 정치 행보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라며 “본인이 출마 여부를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아 법적으로 선거운동에 해당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도 “정치인이었던 전임 장관들은 더 많이 현장에 방문했다”며 “다들 곧 (한 장관이 총선에) 나갈 거라 생각해 따로 문제될 지점은 없다는 분위기”고 말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엄하게 규정하고 있는 만큼 한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기 전까지는 정치적 행보를 자제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직선거법 9조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각종 매체에 출연해 “국무위원인데도 밖에서 도어스테핑을 하면서 정치인이 하는 얘기를 한다”, “공무원이 사전선거운동을 한다. 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한 장관이 연일 지방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간다”며 “정치인인지 장관인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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