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8년 12월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무혐의 처분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 ‘윗선’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될지 관심이 쏠린다. 고발인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이들의 무혐의 처분에 반발해 항고를 제기했고, 고검은 1심 재판 결과를 본 뒤 본격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청와대가 ‘경쟁 후보 매수’와 ‘수사 청탁’ 두줄기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는데, ‘후보 매수’ 의혹엔 무죄가 선고됐지만, 사건 본류인 수사 청탁을 통한 선거개입 의혹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 터라 ‘윗선’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고 결과 및 공판 과정에서 추가 확인된 자료를 종합 검토해 앞으로 (재기수사 명령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수사·공판 기록이 방대해 곧바로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검은 고발인이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하면 이를 검토한 뒤 일선 지검에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수사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2021년 4월 이들을 무혐의 처분하자 ‘하급자가 상급자 보고도 없이 독자적 판단으로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곧장 항고를 제기한 바 있다.
앞서 2019년 12월 자유한국당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조국·임종석·송철호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20년 1월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후 다음해 4월까지 청와대 차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추가 수사했지만, 이진석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추가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범행에 가담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검찰은 이들에게 제기된 의혹에 “강한 의심이 든다”며 여지를 남겼다. 검찰은 임동호 전 최고위원이 임 전 실장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원한다고 여러차례 말한 점, 송 전 시장의 선거를 준비했던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이 등장하는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의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적었다.
이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김기현에 관한 첩보를 보고받고 이를 백원우(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하고, 이 첩보가 경찰에 하달된 직후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이 관련 동향을 파악한 정황이 있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법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경쟁 후보자 매수 의혹’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는 점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 전 시장에게 밀려 낙선해 ‘선거개입 의혹’ 피해자로 지목됐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임종석·조국에 대한 수사가 재개돼야 할 것”이라며 “제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배후 몸통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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