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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머리뼈 서너개가 다닥다닥…생생히 드러난 유해에 소름이

등록 2023-12-01 10:25수정 2023-12-01 17:15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교통호에서 유해 22구 추가 발굴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유해발굴 현장. 이곳에서는 1950년 9월 말부터 1951년 1월 초까지 부역혐의자와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끌려와 희생당했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유해발굴 현장. 이곳에서는 1950년 9월 말부터 1951년 1월 초까지 부역혐의자와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끌려와 희생당했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다시 봐도 처참했다. 서너개의 머리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좁은 곳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총격을 가한 것처럼 보였다. 비교적 온전히 나온 유해들은 현기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생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에 위치한 성재산 기슭 교통호(참호와 참호 사이를 다닐 수 있게 길게 판 호)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22구가 추가로 나왔다. 이곳 성재산 교통호에서는 지난 3월에도 다른 지역 유해발굴 현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한 유해가 많이 나와 언론과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 나온 22구도 마찬가지였다.

11월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발굴현장. 3월 발굴현장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11월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발굴현장. 3월 발굴현장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지난 3월 언론에 공개된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110 발굴현장. 11월 발굴현장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진실화해위 제공
지난 3월 언론에 공개된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110 발굴현장. 11월 발굴현장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진실화해위 제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전국 8개 지역에서 진행 중인 ‘2023년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사업’의 아산 지역 용역수행을 맡은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1일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883 성재산 교통호 11m 구간에서 10월31일부터 유해가 나와 총 22구의 유해를 수습해 11월24일부터 감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굴에 책임조사원으로 참여한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승원 부원장은 “물이 고이지 않는 지형과 고운 토질의 영향으로 22구는 모두 1개체씩 구분할 수 있는 완전유해 상태였고, 머리뼈를 비롯해 사지뼈와 척추, 갈비뼈, 골반뼈 등 온전히 남아있는 유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해는 가장 남쪽 1번 구간의 유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엎드린 상태였다. 이들은 모두 손이 뒤로 결박된 상태에서 모여있다가 뒤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것으로 보이는데, 유해들은 겹친 상태로 발굴됐다.

이로써 성재산 교통호에서 나온 유해는 총 84구가 됐다. 지난 3월28일 1차로 언론에 공개된 배방읍 공수리 산 110 발굴현장 25m구간에서는 참호 안에서 쪼그리고 앉은 자세가 그대로 드러난 유해를 비롯해 총 62구가 나와 5월13일 봉안식을 치르고 세종 추모의 집에 안치된 바 있다. 이번 발굴지점은 3월에 유해가 나온 곳에서 북쪽으로 바로 붙어있다. 이곳 교통호 역시 3월 발굴현장과 똑같이 좌우로 둥근 참호가 번갈아 나오는 구조였다.

이들은 모두 1950년 9월 말부터 1951년 1월 초까지 인민군 점령 시기에 부역했다는 혐의와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과 치안대(대한청년단, 청년방위대 및 향토방위대, 태극동맹)에 의해 집단살해된 아산 주민들이다. 이곳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은 아산에서 학살이 가장 방대하게 일어난 지점으로 꼽히고 있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유해발굴 현장. 세 개의 머리뼈들이 좁은 장소에서 나왔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유해발굴 현장. 세 개의 머리뼈들이 좁은 장소에서 나왔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유해발굴 현장. 머리뼈와 사지뼈 밑으로 고무신이 보인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유해발굴 현장. 머리뼈와 사지뼈 밑으로 고무신이 보인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지난 3월에 발굴된 유해들은 손마다 굵고 검은 삐삐선(전화선)으로 묶여 있었다. 이번에 발굴된 유해에서는 손을 결박했던 끈이 확인되지 않았다. 짚으로 꼬아 만든 새끼줄을 이용해 양손을 묶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이들이 주모자급이거나 학생들은 아닌 것 같다. 현재까지는 20~30대로 추정되고 여자와 아이는 없다”고 했다.

성재산 교통호는 1950년 7~9월 북한군 점령기에 연합군의 공격에 대비 인근 마을 주민들을 동원해 전체 2.2㎞ 구간에 걸쳐 파놓은 것이라고 한다. 1950년 9·28 수복 직후에는 이곳에서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한 부역혐의자들이 처형당했고, 1951년 1·4후퇴 뒤에는 부역혐의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부녀자와 아이들이 많은 죽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월에는 전부 남성 유해만 나와서 이번에는 여성들과 아이가 나올지가 관심사였으나, 또 남성 유해만 나왔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유해발굴 현장. 백색단추 옆으로 머리뼈가 보인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유해발굴 현장. 백색단추 옆으로 머리뼈가 보인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유해발굴 현장. 탄피가 보인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ㅍ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유해발굴 현장. 탄피가 보인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ㅍ

이승원 부원장은 “북쪽 지점에 유해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콘크리트 옹벽이 가로막고 있어 더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옹벽 밑에 유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통호 북쪽에는 신도리코 공장이, 남쪽에는 크라운제과 건물이 세워져 있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신도리코 부지 내 공수리 산653과 산644의 경계지점도 발굴작업을 시도했으나 유해를 찾지 못했다. 1995년에는 신도리코 아산공장 신축현장에서 유해가 2구 나왔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신도리코 아산공장은 가동을 멈춘 상태다. 성재산 일대에서는 곧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11월7일 조사원들이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883 현장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11월7일 조사원들이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883 현장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11월7일 조사원들이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883 현장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11월7일 조사원들이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883 현장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유품은 백색단추, 고무줄, 신발류(고무신, 가죽신), 버클, 허리띠와 필름지, 총탄류(M1, 카빈 탄피)등이 확인되었다. 필름지의 경우 증명서로 이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나 보존상태가 불량해 내용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9월부터 현재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신남리 산35(버시고개) 등 8곳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8곳 중 유일한 인권침해 현장이었던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37-1에서는 유해 및 유품 발굴을 완료하고 10월25일 언론공개 행사를 연 바 있다. 아산 성재산 교통호는 8곳 중 두번째로 유해가 나온 지역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11월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발굴현장.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11월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발굴현장.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11월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발굴현장.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11월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발굴현장.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11월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발굴현장.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11월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발굴현장.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11월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발굴현장.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11월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883 발굴현장.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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