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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부하 탓’ 임성근 전 사단장에 생존 해병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나”

등록 2023-12-14 11:13수정 2023-12-14 20:27

지난 7월19일 오전 경북 예천군에서 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던 채아무개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을 당시 다른 해병대 동료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월19일 오전 경북 예천군에서 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던 채아무개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을 당시 다른 해병대 동료의 모습. 연합뉴스

고 채아무개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가 생존한 병사가 사고 원인을 ‘부하 탓’으로 돌리며 비난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진술 내용을 두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고, 책임을 인정하고 수사를 받으라”고 비판했다.

ㄱ씨는 14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임 전 사단장이 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21일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 재판을 맡은 군사법원에 제출한 188쪽 분량의 진술서에서 사고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기는가 하면, 전역 직후 자신을 고소한 ㄱ씨와 그 가족을 비난했다.

ㄱ씨는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의 지시를 현장 지휘관들이 잘못 알아들어 생긴 일’이라며 ‘부하 탓’을 하는 것에 대해 “사고가 난 날은 사단장이 시찰하러 온다고 다들 긴장해있었던 날”이라며 “그런 날 대놓고 사단장의 명령을 어기고 무리하고 위험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대대장이 존재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ㄱ씨는 “(그렇다면) 스스로 무능력하고 영향력 없는 사단장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 말라”고 말했다.

전역 직후 자신을 고소한 ㄱ씨를 두고 임 전 사단장이 ‘정확한 정보를 인식한 상태에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 믿지 않는다’고 진술한 대목에 대해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제 뜻으로 사단장을 고소했다”고 강조했다.

ㄱ씨는 “자신을 고소한 것이 국민을 선동하고, 지휘권을 와해시키는 이적행위이고 북한 사이버 공격의 한 형태라던데 제가 북한의 지령이라도 받고 일부러 사단장을 고소한 것인가. 황당해서 뭐라 덧붙일 말도 없다”고 했다.

또 ㄱ씨는 “(임 전 사단장이) 제가 같이 작전에 투입된 다른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헌신적인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채 상병의 고귀한 희생을 폄훼하는 명예훼손을 했다고 써놨던데 저도 그 작전에 투입되었던 사람”이라며 “우리의 피땀을 사단장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동원하다가 소중한 전우를 잃게 만들었는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고도 지적했다.

여전히 사고 당일의 기억이 떠올라 채 상병을 만나러 현충원으로 가다가도 미안한 마음에 발길을 돌리게 된다는 ㄱ씨는 “(임 전 사단장) 진술서 어디에도 채 상병의 명복을 빈다는 말이나 미안하다는 말이 없던데 참 씁쓸하다. 수사기관과 국회가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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