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외국인 감염자 확인하고도 독방수용 안해
에이즈에 걸린 외국인 재소자가 서울구치소에서 열흘 가까이 다른 외국인 재소자들과 함께 수용됐던 사실이 29일 밝혀졌다. 특히 구치소 쪽은 재소자의 에이즈 감염사실을 확인하고도 곧바로 분리 수용하지 않아, 재소자 질병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서울구치소에 배치된 말레이시아인 ㄹ씨는 외국인 재소자 수용규정에 따라 바로 혈액검사를 받은 뒤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 재소자 5명과 한 방에서 생활하게 됐다. 혈액검사 결과, ㄹ씨는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다른 재소자들과 한 방에서 생활한 지 1주일이 지난 뒤였다.
그러나 구치소는 ㄹ씨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확인하고도 즉시 분리 수용하지 않았다. ‘독거사동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지체하다가 1~2일이 지난 뒤에야 ㄹ씨를 분리 수용했다. ㄹ씨와 외국인 재소자들은 함께 생활한 1주일 동안 면도기와 손톱깎이 등 혈액을 통해 에이즈균을 옮길 수도 있는 도구들도 함께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외국인 재소자의 경우는 입소 때 혈액검사를 통해 에이즈 등 전염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만, 내국인에 대해서는 그런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지난해 7월 서울구치소에 입소한 50대 내국인 남성은 에이즈 감염 사실을 모른 채 5개월 동안 수형생활을 한 일도 있었다. 이 남성은 다른 질병으로 진료를 받다가 뒤늦게 감염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남 법무부 홍보관리관은 “ㄹ씨의 혈액검사 결과가 나온 뒤 격리수용하는 데 하루 정도가 지체된 것 같다”며 “정확한 지체 일수와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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