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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탄절 불길 속 딸 구하고 숨진 아빠 빈소…“성실하고 다정했다”

등록 2023-12-26 20:32수정 2023-12-27 17:25

“둘째 생겨 넓은 집 이사했는데…”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를 피해 어린 자녀를 살리려 품에 안고 뛰어내린 30대 아버지의 빈소가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채운 기자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를 피해 어린 자녀를 살리려 품에 안고 뛰어내린 30대 아버지의 빈소가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채운 기자

성탄절 새벽 아파트 아래층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해 어린 자녀를 살리려 품에 안고 뛰어내린 30대 아버지의 빈소가 26일 마련됐다. 지인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믿을 수 없다’며 황망해 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장례식장엔 오후 3시께부터 박아무개(32)씨의 명복을 비는 근조화환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박씨가 다니던 대학교의 동문과 직장 동료들이 보낸 근조화환들이었다. ‘사랑하는 OO! 짧은 생 멋있게 살다간다. 가족 일동’이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도 있었다.

유족들은 박씨 부부가 교회에서 만나 연을 맺은 독실한 교인들이었다며, 성탄절에 겪은 비극을 믿기 어려워했다. 한 유족은 “둘이 얼마나 정성으로 아끼고 살았는데, 너무 아깝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지 괴로웠다”고 말했다.

박씨 대학 후배인 한 조문객은 한겨레에 “항상 잘 챙겨주고 따뜻했던 분”이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약대에서 학생회장을 지낸 박씨는 졸업 후 약사로 일하다가 성탄절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 대학 선배 강창민(33)씨는 “(고인이) 운동도 잘하고 엊그제에도 전화한 사이인데, 믿기지 않는다”며 “뉴스를 보고 집 근처인 것 같아 연락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경찰서에서 확인했다”며 황망해했다.

유족들은 박씨의 부검이 끝난 뒤인 이날 오후가 돼서야 빈소를 차릴 수 있었다. 경찰은 박씨의 직접 사인으로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이라는 1차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박씨는 화재 당시 7개월 된 딸을 안고 4층 높이에서 떨어졌지만, 맨바닥에 떨어지면서 딸만 살린 채 끝내 숨졌다. 박씨가 뛰어내리기 전, 재활용 쓰레기 마대자루 등에 던진 두살배기 첫째와 직접 포대 위에 뛰어내린 아내는 목숨을 구했다.

이들 가족을 기억하는 아파트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 ㄱ씨는 “3년을 알았는데 성실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 같지 않게 꼼꼼하게 체크하는 스타일이었다”며 “둘째가 생겨 ‘집을 좀 넓혀야겠다’며, 올해 6월 같은 아파트 24평에서 38평으로 이사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발화 지점인 아파트 3층 집의 작은방에서 담배꽁초와 라이터를 발견해,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소방과 1차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은 “전기 기구의 오작동이나 누전 등 전기적 요인이나 방화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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