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3일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에서 쌍둥이, 삼둥이 어린이들이 풍선 선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쌍둥이라니 애국자네요.”
쌍둥이 부모에게 무심코 던진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8일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쌍둥이 육아 공감 온라인 캠페인 ‘쌍둥이 임신·육아 중 들었던 상처 됐던 말, 힘이 됐던 말, 듣고 싶었던 말·응원 메시지’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쌍둥이 부모에게 ‘애국자다’라고 한 말이 ‘상처가 된 말’과 ‘힘이 된 말’에 모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쌍둥이 부모 30쌍은 주관식으로 ‘상처가 된 말’과 ‘힘이 된 말’을 각각 꼽았다.
협회는 격려로 한 말이라도 일부 쌍둥이 부모에게는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저출생 문제가 심화된 상황에서 쌍둥이를 임신하거나 양육하는 부모를 추켜세우려고 한 말이라도 의도와 상관없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7∼9월)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2009년 해당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협회 관계자는 “전 사회적인 저출생 현상을 생각해 쌍둥이 부모를 애국자라고 격려한 것이겠지만, 쌍둥이 부모 본인은 ‘애국’을 목적으로 아이를 낳은 것은 아니었기에 상처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격려해준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한번 더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쌍둥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작네” “자연산이냐” “수술했나 보네”, “쌍둥이를 키울 경제적 능력이 되냐” 등의 말도 쌍둥이 부모에게 ‘상처가 된 말’로 꼽혔다.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시험관) 등 난임 시술로 쌍둥이가 늘면서 쌍둥이 부모에게 난임 시술 여부 등을 묻는 것인데 질문을 받는 당사자에게는 불편하거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쌍둥이 부모에게 ‘힘이 된 말’로는 “지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에는 두배 이상 행복할 거야” “지금 잘하고 있다. 지금처럼만 하면 돼” 등이 꼽혔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 60여명은 쌍둥이 부모에게 “키울 땐 힘들지만 키우고 나면 기쁨과 뿌듯함은 무한대다” “당신은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고 너무나 훌륭한 부모다” 등의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쌍둥이 가정이 점차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도 쌍둥이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쌍둥이 부모가 주위의 시선 속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고 행복하게 쌍둥이를 양육할 수 있게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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