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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때 배운 뜨개질, 여전히 푹 빠진 2030 “성취감 매력”

등록 2024-01-01 15:59

지난달 28일 오후 뜨개용품점 ‘바늘이야기’ 2층 카페에서 이의정(27)씨가 3주째 뜨고 있는 스웨터를 들고 있다. 고경주 기자

“결과가 눈으로 보이는 것도 재미있고, 생각이 정리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해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뜨개용품점 ‘바늘이야기’ 2층 카페에서 만난 직장인 임다운(32)씨는 최근 다시 뜨개질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4개월 전부턴 직장동료 6명과 점심시간을 쪼개 뜨개질을 하는 모임까지 만들었다. 임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종종 해왔지만, 최근엔 더 본격적으로 뜨개질을 하게 됐다”며 “같은 도안이라도 색이나 모양을 변형해 나만의 옷을 만드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 계속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뜨개용품점 ‘바늘이야기’ 1층에 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예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고경주 기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방콕’ 취미로 부상한 뜨개질이 20·30세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엔데믹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뜨개질의 매력으로 꼽는 사람들은 직장 동료·연인과 취미를 공유하며 각종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그동안 50·60세대가 주 고객이었던 뜨개용품점에는 최근 20·30세대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바늘이야기 1·2층 매장은 평일 오후인데도 20·30세대 고객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1년째 바늘이야기에서 근무 중인 김예원(23)씨는 “용품을 사 뜨개질을 할 수 있는 2층 카페는 원래 주말에만 붐볐는데, 최근에는 평일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고 했다.

2층에 모인 약 20명의 20·30세대 고객들은 친구·연인과 함께 유튜브를 보거나 서로 뜨개질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몰입’과 ‘성취’가 뜨개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6개월 전부터 퇴근 후에도 자기 전 1∼2시간씩 뜨개질을 하게 됐다는 직장인 이의정(27)씨는 “유튜브에서 뜨개질 영상을 보다가 어렸을 때 추억이 생각나 시작하게 됐다”며 “결과가 눈에 보이고, 하루 동안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면 마음 편히 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구 4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전은(21)씨는 “묘하게 중독되고 몰두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며 “친구들도 요즘 유행인 거 같다며 함께 하게 됐다”고 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서한별(22)씨는 “그동안 혼자 뜨개질을 해왔는데, 남자친구와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 뜨개질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뜨개용품점 ‘바늘이야기’ 2층 카페에는 뜨개질을 하러 온 고객들이 꽉 차있다. 바늘이야기 제공

20·30세대 사이에서 뜨개질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건 코로나로 야외활동이 제한되며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바늘이야기의 온라인 판매 통계를 보면, 지난 2018년 전체 매출의 33.4%에 불과했던 20·30세대 지출액 비중은 2020년 54.3%, 2022년 51.5%로 과반을 넘겼다. 바늘이야기 관계자는 “2020년 20·30세대 매출이 크게 늘고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간단한 도구로 어디서든 잡생각을 없앨 수 있는 취미라 특히 각광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과)는 “남는 게 없는 멍때리기와 같은 휴식 활동과 달리 뜨개질은 손에 쥐어지는 결과가 있어 한시도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취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성품이 아닌 직접 만든 물건을 통해 최대한 소비를 지양하는 대안적인 소비문화의 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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