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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양쪽 피 장점만 물려받아 음악·운동 재능 많아”

등록 2006-04-07 19:38

얼떨결에 고2때 ‘가수의 길’로
매력적인 뮤지컬 공부하고싶어 대학진학
“평범한 혼혈인에도 마음 열어주면
더 많은 ‘하인스 워드’가 자라나요”
[혼혈,이젠웃을래요] (3)뮤지컬 가수 소냐

소냐(26)의 얼굴에서 설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뮤지컬대상 여자신인상을 안겨준 <지킬 앤 하이드> 등 5편의 뮤지컬에 출연하고서도 “제대로 뮤지컬 공부를 하고 싶어 다시 대학에 입학했다”는 그에게선 완벽을 좇는 ‘프로’의 치열함만 느껴질 뿐이다.

올해 서울종합예술원 연기뮤지컬과의 늦깎이 학생이 된 소냐가 본격적인 가수의 길로 들어선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한 음반회사의 오디션에 응해보라는 음악 선생님의 갑작스런 제안에 따랐다가 덜컥 이듬해 첫 음반을 냈다. 음악 수업을 좋아하고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면 반 대표로 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가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첫 앨범을 발표하자마자 뮤지컬 <페임>에 출연하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고작 보름 연습하고 무대에 섰다. 그는 “남들처럼 연기도, 노래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못한 터라 너무 힘들었지만, <지킬 앤 하이드>를 하면서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고 한다.

미군이었던 아버지는 소냐가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렸고, 어머니는 소냐가 8살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북 김천의 시골 마을에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처음 본 또래 아이들의 놀림이 심했고, 소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싸움박질을 했다. 중학교 때까지 전교에서 키가 가장 컸고 면 대표 육상선수를 할 만큼 운동신경도 좋았기 때문에 싸움 상대가 남학생이든 선배든 지는 법이 없었다.

끝없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손녀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할머니는 소냐에게 “싸움을 하더라도 절대 먼저 때리지는 말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소냐는 “어려서부터 화가 나면 바로 풀어야 하는 성격이라 피하지 않고 항상 맞서 싸웠다”며 “매일 싸우던 아이들이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가수가 된 뒤에는 동료 연예인들과 지내는 데서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대기실에서도 말상대가 없다 보니 ‘차라리 그룹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토크쇼 등에 출연하면서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니 동료 연예인들과도 곧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가장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은 가수 ‘거북이’.

소냐는 3년 전 한 방송사의 도움으로 미국의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를 찾은 것은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 큰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가 관련 단체를 통해 아버지를 찾으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번번이 자료가 없어 찾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는데, 그가 유명인사가 돼 방송사와 함께 찾아가니 같은 단체에서 너무나 쉽게 아버지를 찾아줬다는 것이다.


그는 “혼혈인들이 성공해서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를 찾기 위한 것”이라며 “하인스 워드 선수처럼 누군가 성공했을 때만 그러지 말고 이 나라에 살고 있는 평범한 혼혈 아이들한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혼혈인은 양쪽 피의 장점만 물려받았기 때문에 음악이나 운동 등에 재능 있는 사람이 많다”고 자랑하는 소냐는 “그들에게 마음을 열어주면 더 많은 ‘하인스 워드’가 자라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사진 이정우 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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