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앞에서 9일 오후 경비원들이 우산 등으로 취재진의 카메라를 가로막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검찰 ‘제3의 로비’ 포착
다양한 통로 가동한 듯…비자금 용처 수사 탄력
다양한 통로 가동한 듯…비자금 용처 수사 탄력
검찰이 현대차그룹이 본사 사옥 증축 인허가를 위해 김재록씨 말고도 다른 통로를 통해 로비를 벌인 단서를 확보함에 따라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대차가 연구센터를 짓기 위해 여러 통로를 통해 로비를 벌인 정황을 일찌감치 잡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12월 설계에 관여한 ㅊ아무개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건축사무소도 한 차례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1월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재록씨가 현대차그룹 사옥 증축 인허가에 개입한 혐의를 잡았다”는 검찰의 설명에 비춰보면, 사옥 증축을 위한 현대차의 ‘문어발 로비’는 일찌감치 수사선상에 올랐던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ㅊ씨는 현대차와 거래를 한 것이지, 김재록씨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본사 증축 인허가를 위해 김씨와 ㅊ씨를 비롯한 여러 ‘통로’를 가동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김재록씨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 2000년 현대차와 계약을 한 컨설팅 내용 가운데 서울 양재동 본사의 새 사옥 부지 확보 건이 있었지만, 중간에 현대차 쪽에서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며 계약을 깨 컨설팅 비용도 다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쪽은 애초 2000년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 시절 현대차와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가 2002년 아더앤더슨이 파산하면서 인베스투스글로벌을 창업해 2004년의 증축 인허가 로비에는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반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2000년 새 사옥 터 물색 건이 아니라, 2004년 증축 인허가 로비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 사옥 증축 인허가 로비는 김씨의 ‘제3의 비리’ 유형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이 캐려는 김씨의 주된 혐의는 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하거나 금융기관의 대출 알선을 대가로 금품을 받고, 정·관·금융계 고위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인 것이지만 건축 관련 인허가 로비에도 개입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체포됐다 풀려난 ㅊ씨를 다시 소환조사할 방침이어서, 인허가 과정에서 ㅊ씨의 로비 의혹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ㅊ씨는 1960년대 후반부터 20여년 동안 건축기사와 정부 부처의 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건설교통부 산하 법정단체의 장을 맡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ㅊ씨가 김재록씨와는 다른 종류의 ‘인맥’을 쌓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력이다. 검찰은 현대차 쪽이 ㅊ씨에게 김씨가 할 수 없는 일을 기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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