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매각과정 담당 김석동·추경호씨
“당시 론스타로의 매각은 최선의 선택이었는데, 공무원들이 마치 뒷거래를 한 것처럼 매도당하고 있다. 우린 공공의 목적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갔을 뿐이었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주요한 정책결정 담당자였던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와 추경호 재경부 금융정책과장(당시 은행제도과장)은 12일 <한겨레>와 만나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의 여러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이들은 2003년 7월15일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 청와대 관계자 등이 머리를 맞댄 ‘10인 비밀대책회의’에 함께 참석한 장본인들이다.
매각 누가 주도했나?=김 차관보는 재경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였기에 경영진이 처음부터 재경부에 보고하고 일을 추진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차관보는 “당시 정부 안에서 외환은행을 가만두면 부도가 난다는 위기의식이 강했다”며 “론스타에 매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은행을 사겠다는 곳이 나타났는데, 이를 거절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추 과장도 이를 일부 인정했다. 추 과장은 “재경부가 매각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진행 과정에 동의했다”며 “론스타는 처음부터 경영권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외환은행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비아이에스 비율 조작은 누가?=김 차관보와 추 과장은 모두 “국제결제은행(비아이에스) 기준 자기자본 비율 산정은 금감원의 고유업무”라며 관여한 바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차관보는 “6.2%라는 수치는 7월25일 금감위 간담회에서 금감원이 보고할 때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지난 11일 “에스케이글로벌, 카드부실 위험 등 바뀐 상황을 반영해 금감위에 보고했다”며 조작 혐의를 부인했다.
외환은행 얼마나 부실했나?=김 차관보는 론스타 신규자본 1조1천억원을 빼고, 연말 비아이에스를 계산하면, ‘4.4%’(론스타 자금 포함한 연말 확정치 9.32%)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차관보는 △하이닉스, 현대건설, 외환카드, 에스케이글로벌 등 잠재부실 △코메르츠방크,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등 대주주 증자 거부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이전에 비아이에스 비율이 8%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은행이 감독당국에 보고하는 비아이에스 비율을 9% 아래로 낮춰 보고하는 법이 없고, 감독당국도 이를 일일이 체크하기 힘들다”며 오히려 이전 비아이에스 비율 산정에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공개매각을 할 수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추 과장도 “내부적으론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은행인데, 겉으론 멀쩡한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외에는 대안 없었나?=2002년 말 외환은행이 재경부에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한 것에 대해 김 차관보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되는데, 당시로선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보는 또 “2000년, 한빛·조흥·외환·경남·광주·제주 등 6개 부실은행에 대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려 할 때는 반대로 외환은행이 (경영권 상실을 우려해) 극구 거절했다”며 “그때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면 론스타한테 매각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과장도 “공적자금을 줄 수 있을 때 받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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