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금감위 간담회 때 6.16% 처음 들어”

등록 2006-04-13 07:10수정 2006-04-13 15:31

당시 매각과정 담당 김석동·추경호씨
“당시 론스타로의 매각은 최선의 선택이었는데, 공무원들이 마치 뒷거래를 한 것처럼 매도당하고 있다. 우린 공공의 목적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갔을 뿐이었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주요한 정책결정 담당자였던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와 추경호 재경부 금융정책과장(당시 은행제도과장)은 12일 <한겨레>와 만나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의 여러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이들은 2003년 7월15일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 청와대 관계자 등이 머리를 맞댄 ‘10인 비밀대책회의’에 함께 참석한 장본인들이다.

매각 누가 주도했나?=김 차관보는 재경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였기에 경영진이 처음부터 재경부에 보고하고 일을 추진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차관보는 “당시 정부 안에서 외환은행을 가만두면 부도가 난다는 위기의식이 강했다”며 “론스타에 매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은행을 사겠다는 곳이 나타났는데, 이를 거절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추 과장도 이를 일부 인정했다. 추 과장은 “재경부가 매각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진행 과정에 동의했다”며 “론스타는 처음부터 경영권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외환은행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비아이에스 비율 조작은 누가?=김 차관보와 추 과장은 모두 “국제결제은행(비아이에스) 기준 자기자본 비율 산정은 금감원의 고유업무”라며 관여한 바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차관보는 “6.2%라는 수치는 7월25일 금감위 간담회에서 금감원이 보고할 때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지난 11일 “에스케이글로벌, 카드부실 위험 등 바뀐 상황을 반영해 금감위에 보고했다”며 조작 혐의를 부인했다.

외환은행 얼마나 부실했나?=김 차관보는 론스타 신규자본 1조1천억원을 빼고, 연말 비아이에스를 계산하면, ‘4.4%’(론스타 자금 포함한 연말 확정치 9.32%)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차관보는 △하이닉스, 현대건설, 외환카드, 에스케이글로벌 등 잠재부실 △코메르츠방크,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등 대주주 증자 거부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이전에 비아이에스 비율이 8%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은행이 감독당국에 보고하는 비아이에스 비율을 9% 아래로 낮춰 보고하는 법이 없고, 감독당국도 이를 일일이 체크하기 힘들다”며 오히려 이전 비아이에스 비율 산정에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공개매각을 할 수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추 과장도 “내부적으론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은행인데, 겉으론 멀쩡한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외에는 대안 없었나?=2002년 말 외환은행이 재경부에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한 것에 대해 김 차관보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되는데, 당시로선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보는 또 “2000년, 한빛·조흥·외환·경남·광주·제주 등 6개 부실은행에 대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려 할 때는 반대로 외환은행이 (경영권 상실을 우려해) 극구 거절했다”며 “그때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면 론스타한테 매각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과장도 “공적자금을 줄 수 있을 때 받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김석동 · 추경호씨 인터뷰 전문

<한겨레>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정부 쪽의 중요한 정책결정 담당자였던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와 추경호 재경부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장(당시 은행제도과장)을 12일 각각 만나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상황과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당시 매각 과정의 여러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들어봤다.

이들은 지난 2003년 7월15일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 모건스탠리, 청와대 관계자 등이 모인 ‘10인 비밀대책회의’에 함께 참석한 이들이다. 이들은 최근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나타냈다. 두 사람의 인터뷰 전문을 대화 진행순서대로 최대한 자세히 실으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설명은 별도로 덧붙인다.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사항은 제외한다.

<김석동 차관보>(12일 오전 과천 집무실에서 이야기 나눔)

금감위 간담회에서 ’6.2%’ 처음 들었다

-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하 ‘BIS 비율’)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차관보는 BIS 비율에 얼마나 관여했나?

= 7월15일 회의가 끝난 뒤, 금감위 부하직원에게 “금감원에 이야기해 외환은행 연말 BIS 비율 추정치를 금감위원들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한 게 전부다. 금감원에서 자체적으로 BIS 비율을 작성한 뒤, 7월25일 금감위 간담회 자리에서 금감원이 직접 보고했다. ‘6.2%’라는 수치도 그때 처음 들었다.

- 재경부가 협조공문을 금감위에 보냈는데(9월3일), 이는 금감위가 요청한 건가?

= 7월15일 회의에서 나는 ‘부정적’ 의견을 계속 이야기했다.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있다, 이걸론 금감위원들 설득 못 시킨다’고. 그래서 대주주 의견이 담긴 협조공문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금감위원들도 “대주주(정부) 협조공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 9월2일 재경부에 협조공문 보내줄 것 요청했고, 재경부가 보낸 협조공문을 첨부해 금감위 회의에 올렸다. 승인이 난 금감위 최종회의(9월26일)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 이정재 금감위원장에게 보고는 어떻게 했나?

= 7월15일 회의에 대해선 보고했다. 그러나 BIS 비율 등 이후 진행과정은 금감원에서 보고했을 것이다.

은행 부도 우려한 재경부가 매각 주도

- 재경부가 매각을 주도했나?

= 그렇다고 봐야 한다. 재경부가 대주주다. 외환은행은 외환은행법에 규정된 국책은행이었다. 국책은행을 매각하면서 경영진이 자기 마음대로 매각할 순 없다. 처음부터 재경부에 보고하고, 일을 추진했던 것으로 봐야한다.(참고:당시 외환은행의 지분구성은 독일 코메르츠뱅크 32.55%, 수출입은행 32.5%, 한국은행 10.67%, 일반주주 24.28% 등이었다. 코메르츠뱅크가 최대주주이나, 정부 지분이라고 볼 수 있는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 지분을 합하면 43.17%로 정부가 최대주주라고 볼 수 있다.)

- 재경부가 왜 외환은행을 팔려고 했나?

= 당시 정부에선 ‘외환은행을 가만 내버려두면, 부도난다’는 위기의식이 강했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인 변양호 국장 입장에선, 담당국장을 맡고 있으면서 외환은행이 작살나는 것을 가만 내버려둔다는 건 말이 안된다. 변 국장도 나중에 문제가 될지도 모를 론스타에 국책은행을 매각하고 싶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그렇지만 외환은행과 시장이 깨지는 것보단 그게 차라리 나았다. ‘외환은행 경영진이 외환은행에 돈을 넣겠다는 론스타를 데리고 왔는데 이를 불허하거나’, ‘금감위가 (자격요건에 일부 문제가 있으니) 대주주인 재경부 공문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는데, 이를 거절하긴’ 힘들었을거다.

- 그렇다 하더라도, 변 국장이 이후 보고펀드로 갔는데, 외환은행 매각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의 신재하 전무와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의심사기 딱 좋게 됐다.

= 그 부분은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어서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 매각 외엔 대안이 없었나? 공적자금 투입은 전혀 불가능했나?

= 이전에 국회에 공적자금 50조원을 신청할 때, 정부가 “더 이상은 요청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처음에 이 행장은 변 국장에게 1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했다. 그런데 변 국장이 “안된다”고 했다. 이미 공적자금 용도가 다 정해져 있었다. 외환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면, 추가로 공적자금을 설정해야 하고,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보나마나, 국회에선 거절될 게 뻔하고, 자금을 얻지도 못하고, 외환은행 부실만 시장에 알리는 꼴이 되고 만다.(*은행권에는 IMF 직후(서울, 제일, 5개 퇴출은행)와 2000년말(우리금융, 조흥은행 등) 두 차례에 걸쳐 공적자금이 지원됐다. 김 차관보가 말하는 ‘국회’란 2000년말, 공적자금 특별법을 만들어 40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할 때를 말한다. 공적자금은 신청시 사용용도를 명시하게 돼 있는데, 이 때 공적자금 사용 용도에 외환은행은 포함되지 않았다. 외환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면 별도로 추가 공적자금을 국회에 신청해야 한다.)

문닫는 방법 외엔 방법이 없었다

- 외환은행이 얼마나 부실했나?

= 론스타 신규자본 1조1천억원을 빼고, 연말 BIS를 계산해보라. 4.4%가 나오지 않느냐? 정상적인 은행이라면, 신규자본 1조원이 들어온다면 BIS 비율이 11~12%가 나와야 된다.(*외환은행 연말 BIS 확정치는 9.32%)

- BIS 비율이란 건, 결국 ‘위험자산’을 어디까지, 얼마나 위험한 걸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냐?

= 현대계열사, 외환카드, 에스케이글로벌 등에 외환은행은 모두 걸려 있었다.(*BIS비율=자기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위험자산)

- 그렇더라도 론스타 자금을 제외하면, BIS 비율이 4.4%로 떨어진다고 기계적으로 보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외환은행이 만일 론스타로의 매각이 무산되거나 했다면, 그 나름대로 증자를 시도하거나, 위험 대출을 줄이고, 관련대출을 회수하는 등 온갖 형태로 BIS 비율을 높이려 애쓰지 않았겠느냐?

= 더이상 할 게 없었을 거다. 기업대출이라고 함부로 마구 줄일 수 없다. 대출회수도 문제다. 주채권은행이 특정기업의 대출을 회수하면, 시장에 소문이 나 그 기업은 더 위험해진다. 그러면 그 은행은 그나마 있던 대출마저 모두 위험자산이 될 수 있다. 증자는 이미 시도하다 실패했고(코메르츠, 수출입은행, 한은 모두 거절). 대출을 줄이는 데도 한도가 있다. 은행문 닫는 방법이 있긴 하다.

- 그런데 IMF때 외환은행은 BIS 비율이 8% 아래로 떨어져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부실은행이었다가 2002년 초에 금감원에 의해 해제된 것 아니냐? 1년도 안돼 또 BIS가 8% 아래로 떨어진다고 하니, 이해하기 힘든 것 아닌가?

= 금융당국에선 가급적 적기시정조치를 풀어주려 한다. 그래야 은행이 증자도 할 수 있고, 자금도 낮은 금리로 끌어올 수 있다. 당시 외환은행의 신용등급은 D도 아닌 E였다.(*2003년 상반기 기준으로 무디스가 발표한 외환은행의 신용등급은 E+로 국내은행 중 가장 낮았다.)

- BIS 비율은 매분기마다 금감원이 확정치를 발표한다. 금감원은 이를 어떻게 산출하나? 은행이 BIS 비율을 금감원에 보고하면, 이를 조금 손보는(깎는) 수준인가?

= 지금 BIS 비율이 8%를 넘었느니 어쩌니 하는데, 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하는 BIS 비율은 늘 9%를 넘는다. 은행이 제손으로 금감원에 올리는 BIS비율을 8% 이하로 떨어뜨리는 적이 없다. 금감원도 BIS 비율을 8% 이하로 떨어뜨리는 데는 매우 신중하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의 BIS비율도 늘 9% 이상이었다.

- 그렇다면, 금감원은 이래도 저래도 문제 아닌가? 만일 지금 언론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8% 이상의 우량은행 BIS 비율을 6%로 조작했다면 큰 문제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실제론 6% 밖에 안되는 BIS 비율을 이전까지 9%라고 인정해줬다면, 이는 금융감독 부실책임을 피하기 힘든 것 아닌가?

= 그게 지금 금감원의 입지를 좁히는 거다. 금감원 입장이 어려울 걸로 본다.

외환은행 끝까지 공적자금 투입 반대

- 외환은행이 2002년말부터 어려워진건가?

= 이미 오래전부터 어려웠다. 내가 재경부에 있던 때인 2000년에 6개 부실은행 경영평가심사위원회(민관 합동)를 맡았다. 한빛, 제주, 광주, 경남, 외환, 조흥은행이었다. 나머지 4개 은행에는 경영평가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그런데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끝까지 공적자금 투입을 반대했다. “독자생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마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경영권을 잃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때 한은이 우회출자 하는 형태로 수출입은행이 외환은행 지분을 갖게 된거다. 우리는 그때 외환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민간 위원들도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다.(*이 경영평가를 토대로 2000년말 은행권에 2차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한빛, 경남, 평화, 광주은행은 우리금융지주로 통합돼 1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제주은행은 신한은행이 위탁관리하는 형태로 흡수됐다. 조흥은행에도 공적자금 2조7천억원이 들어갔다.)

<추경호 재경부 금융정책과장>(12일 오후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추 과장은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었던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의 보고라인에 있었다)

매각은 외환은행이 진행했고, 재경부는 동의해준 것

- 2002년 말에 외환은행이 변 국장한테 공적자금을 요청했다던데?

= 그때는 이미 국회에 공적자금에 대한 상환계획과 신규투입 내역까지 이미 다 끝난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국회에 공적자금을 또 요청하기 힘들었다. 외환은행이 공적자금을 요청해 재경부가 방법이 있는 지 알아봤으나, 결국 “안 되겠다”고 통보했던 걸로 안다. 구체적으로 언제, 누가, 어디서, 어떻게 요청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모른다.(참고:추 과장은 2003년 3월에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으로 왔다.)

- 매각은 누가 주도했나?

= 외환은행이 모건스탠리를 주간사로 선정했다. 외환은행과 모건스탠리가 계약을 맺은 건 2003년 2~3월께인데, 서로간 논의는 2002년말부터 있었던 것으로 안다. 처음에는 외환은행이 (매각이 아닌) 신규자본 유치 의사를 재경부에 전달했다. 그래서 재경부는 외환은행의 뜻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당시 외환은행으로선 (일반적인 매각 형태인) 구주 매입은 별 의미가 없다. 신주에 돈을 넣겠다는 자가 나와야 했다. 론스타는 처음부터 경영권에 관심이 있었다.(*일반적으로 기업매각은 기존 대주주의 주식을 매입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는 기업의 주인만 바뀔 뿐, 기업의 재무상태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외환은행의 경우, 신규자금이 투입되려면,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누군가가 매입해줘야 한다. 이강원 전 행장이 ‘론스타로의 매각’을 ‘외자유치’라고 고집하는 것도, 론스타가 신주를 매입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 신규자본 유치야, 외환은행 이사회가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지만, 매각은 대주주인 재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

= 그렇다. 대주주 지위변동에 대한 것은. 론스타는 초기부터 ‘Majority 지분(과반 주주)’에 관심이 있었다.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신규자금 지원으로 접근했지만, 론스타가 경영권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은 외환은행도 다 알고 있는 사안이었다.

- 그럼, 재경부가 매각을 주도한 것 아닌가?

= 매각 관련 진행은 외환은행이 했다. 이를 재경부가 동의해 줬다. 예를 들어,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자신이 갖고 있는 구주매각에 대해 동의를 해야, 매각이 성사되는데, 이를 재경부가 동의해주는거다.(*수출입은행은 100% 정부 출자은행이다. 수출입은행 경영진이 구주매각을 꺼려 하더라도, 수출입은행의 대주주인 정부(사실상 재경부)가 이를 원하면, 수출입은행으로선 대주주인 정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

- 구속된 외환은행 전용준 상무 말을 들어보면, 론스타가 외환은행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처음부터 정부와 또다른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대주주 승인 문제에 대해 론스타가 전 상무에게 ‘None of your business’라고 말하지 않았나?

= (한숨을 내쉬며)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다. 아마도 론스타는 ‘인가는 당신과 나의 문제가 아니다. 당국간의 협의사항 아니냐’는 말이었을 것이다. ‘당국이 우리(론스타)의 투자구조를 보고 승인 여부를 결정할 부분 아니냐?’는 말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담당상무와 론스타가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 쪽에서 이와 관련해 론스타와 진지한 대화를 한 적은 없었다.

- 재경부가 금감위에 승인요청 협조공문을 보내지 않았나?

= 7월15일 회의에선, ‘가능성이 쉽지 않다. 고민이다’, 일단 ABN 암로와의 합작을 (론스타가) 시도해볼 것을 요청해보라고 모건스탠리쪽에 이야기했다. 그런데 7월25일 회의 전에 모건스탠리가 ‘힘들다’는 통보를 해왔다. 그래서 25일 회의에선 감독당국이 BIS 연말 추정치를 보고한 것이다. 7월15일 회의에서, ‘7월25일 금감위 간담회 전에 외환은행 경영전망을 해줄 것’을 이야기했다. 금감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승인 요청’ 협조공문을 보내줄 것을 재경부에 요청한 것은 이전부터 말했는데, 정식으로 9월2일 요청해 9월3일 재경부가 금감위에 공문을 보낸거다.

- 재경부는 그 공문을 보내기 싫었지만, 책임을 진다는 생각에서 보낸 것인가?

= 책임을 쉐어(share)한다는 차원이다. 굳이 따지자면, 매각은 외환은행-재경부-금감위-코메르츠뱅크가 함께 주도했다고 봐야한다.(*추 과장은 재경부가 매각을 ‘독점적으로’ 주도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나뒀다면 시장이 깨졌을 것

- BIS 비율 조작 논란이 커지고 있다. 누가 지시한 것인가를 놓고 온갖 의혹이 난무한다.

= BIS 비율은 금감원 업무사항이다.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감원 은행검사국이 평소 대화를 안한다. 업무상 대화할 일이 없다. 상시적으로 대화하는 구조가 아니다.

- 변 국장이 론스타 자금 없었다면, BIS 비율 4.4%라고 이야기하는데, 외환은행이 필요하면 하이브리드 채권을 더 발행하는 등 온갖 애를 쓰지 않았겠는가?

= 하이브리드 발행한도를 채웠다. 하이브리드 채권을 더 발행할 수 없었다. 하이브리드 채권은 보완자본이다. 보완자본은 기본자본과 1대1의 비율에 맞춰 자기자본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따라서 만일 외환은행은 1원 손실이 나면, BIS로는 2원 손실이 나는 구조가 됐다. 기본자본이 1원 줄면, 보완자본도 1원 줄어 감당이 안된다. 카드 잠재부실은 그때 제대로 반영도 안됐다.(*BIS 비율=자기자본/위험자산, 자기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 외환은행은 2003년에 25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권과 비슷한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을 3월과 5월 연속해서 발행했다. 이때 금리는 연 8.5% 고정금리였다. 당시 시장금리의 2배에 가깝다. 만기는 각각 5년과 10년이었다. 하이브리드채권은 예금자보호 대상에 제외되는 고위험 고수익 금융상품이다. 은행이 부도가 나면,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그러나 당시 은행이 부도가 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이 상품은 내놓자마자 금새 다 팔렸다. 이 하이브리드채권 등은 보완자본에 속해 자기자본을 높이고, 결국 BIS 비율을 높인다. 그러나 보완자본은 기본자본보다 더 많이 갖고 있을 수는 없다. 당시 외환은행은 보완자본을 기본자본만큼 쌓았다. 만일 2003년 하반기에 외환은행의 기본자본이 줄어들면, 보완자본도 같이 줄여야 한다.)

- 그렇더라도 변 국장이 보고펀드를 만들면서 당시 매각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 신 전무와 함께 하는 것은 모양새가 안 좋다.

= (내가 아는) 변 국장은 실질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윗사람 눈치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보고펀드는 시장에서 베스트라고 소문난 사람들을 스카웃한 거다. 상식적인 선에서 접근해보라. 보통의 사람이 그 자리(재경부 금융정책국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는가를 생각해보라. 만일 뒷거래가 있었다면 지금쯤 벌써 밝혀지지 않았겠느냐? 우리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갔을 뿐이다.

한숨 돌리고 나니 뒤늦게 몰아붙이는 격

- 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었나?

= 만일 그냥 내버려뒀다면, 시장은 깨지고 말았을 것이다. 불안요인이 커져 산업기반도 흔들렸을 것이다. 나름대로 시장전망을 갖고 (매각을) 판단했다.

- 공적자금 투입은 전혀 불가능했나?

=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은 종잇장이 된다. 공적자금 투입은 기존 주식의 감자가 당연히 뒤따르게 된다. 당시 론스타의 신규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한국에 파견된 코메르츠 이사들은 문책받아야 했다. (론스타 자금를 끌어오지 못해 결과적으로 코메르츠의 외환은행 투자가 손실이 나는 것에 대해) 당시 코메르츠가 모건스탠리에 “(론스타와의) 딜이 깨지면, 모건스탠리에 손해배상 청구하겠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안다. 지금 코메르츠뱅크는 아무런 불만이 없지 않나? 수출입은행, 한국은행이 콜옵션에 묶여있긴 하지만, 한은과 수출입은행도 외환은행 지분으로 평가익을 많이 냈다. 외환카드도 안정됐고, 시장도 안정됐다.

이젠 한숨 돌리고 나니, ‘그때 싼값으로 팔았지, 우리가 모르는 뒷거래가 있었지, 돈 받은 것 아니냐’고 보는 것 아니냐? 아무리 설명해도 안되고. 감사원 접근도 그런 식이고. 언론은 더 그런 시각이고. 평균 상식으로 봐달라.

- BIS 비율 조작이 일단 문제가 될 것 같다.

= 금감원의 BIS 비율 산정에 관여한 바 없다. 금감원 검사국과는 대화를 안했다. 금감원은 노조 파워가 센 곳이다. BIS 비율 조작을 금감위나 재경부가 지시할 수 없다. 만일 금감위나 재경부가 ‘BIS 비율 조작’을 지시했다면, 금감원 안에서 당시에 이미 다 흘러나왔을 것이다.

공적자금 줄 수 있을 때 외환은행이 안받았다

- 공개매각할 순 없었나? 그렇다면 돈을 더 받을 수 있었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 공개매각을 하려면 코메르츠, 수출입은행의 순지분을 팔아야 한다. 매각이 논의되는 시점(2003년 6~7월)에서 외환은행 주가는 3천원 안팎이었다. 공개매각을 하면, 시장가격보다 할인해서 받게 된다. 수출입은행의 우선주 매입원가가 5천원이다. 이를 2500~3000원에 팔 수 있겠느냐? 또 공개매각을 하려면, ‘외환은행 상황은 이렇습니다’ 하고 다 알려야 한다.

- 조흥은행은 공개매각 하지 않았나?

= 조흥은행은 매각하기 전에 이미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고, 구주를 매각한 것이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이와 다르다. 공개매각을 결정하면, 외환은행의 부실상태를 다 알려야 한다. 다들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상상을 하고 있다. 안에서는 망가졌다고 사형선고를 받은 은행을 겉으로는 위태위태하게 그 경계선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공개매각을 추진하면) 이를 속속들이 다 알려야 한다.

-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게 나았던 것 아닌가?

= 공적자금 줄 수 있을 때, 외환은행이 두 번이나 안 받았다. 그렇게 버티니까, 또 (2000년에) 완전히 무너져 있진 않았기 때문에 결국 2003년 상황이 왔다. 그리고 공적자금이 들어가려면 자구노력이 우선이다. 그게 제1원칙이다. 공적자금이 들어갔거나, 국내은행에 인수됐으면, 외환은행 직원들은 더 많이 구조조정 됐을 것이다.

당시에는 론스타가 현금 1조1천억원(신주매입분)을 외환은행에 투입하는 걸 보고 다들 ‘도박한다’고 했다. 유명한 금융전무가, IB들이 “외환카드 사태 또 터진다. 나는 1달러에도 외환은행 안 산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도박’에서 이긴거다.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상황은 매우 달라진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