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육지 쪽에서 한강가로 가다 보면 반드시 8~10차로의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막아선다. 이 두 도로는 한강과 주변 지역을 격리시키고 있다. 사진은 원효대교 부근 강변 북로의 모습.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천혜의 자원’ 자동차전용도로에 막혀
지하도·육갑문 없는 2km이상 구간도
10곳 전문가들 “접근로 400m마다 있어야”
지하도·육갑문 없는 2km이상 구간도
10곳 전문가들 “접근로 400m마다 있어야”
한강 평화·생태의 젖줄로 - ②‘걸어서 한강까지’ 해법없나 2006년은 제1차 한강개발이 시작된 지 40년, 제2차 한강개발이 마무리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옛 한양의 명당수였던 청계천 복원 이후, 현대 서울의 중심 하천인 한강을 되살리자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각 정당의 서울시장 후보들과 시민단체들이 생태, 교통, 물류, 여가, 남북협력 등 갖가지 한강 관련 공약과 구상을 내놓고 있다. <한겨레>는 6차례에 걸쳐 ‘한강 되살리기’의 주요 쟁점들을 살펴본다. 서울에 자동차가 2만대이던 1966년 가을 육군 준장 출신의 김현옥 서울시장은 “한강대교에서 김포공항에 이르는 한강변에 제방의 기능도 동시에 지니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반년만인 이듬해 3월, 한강대교 남단에서 여의도 입구에 이르는 3.7㎞에 너비 20m(왕복 4차로)의 유료 자동차전용도로가 착공됐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의 시작이었다. 이 구간이 완공된 1967년 9월 김 시장은 “서울지역 한강가 74㎞ 전체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놓겠다”고 발표했고, 이 사업은 1974년 양택식 시장 때 마무리됐다. 김 시장은 이 강변도로 건설사업을 통해 한강에 새 제방을 쌓았고, 자동차전용 도로를 놓았으며, 옛 제방과 새 제방 사이의 땅까지 얻는 1거3득의 효과를 거뒀다. 그는 한강개발을 ‘민족의 예술’이라고 자화자찬했고, 실제로 이 사업은 여의도·강남 개발 시대의 기초가 됐다.
그러나 74㎞의 한강 제방 전체에 놓인 자동차전용도로는 ‘한강’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서울과 격리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짐배·쌀배·소금배·조깃배·놀잇배 등 숱한 배가 드나들고, 여름이면 물놀이하고, 겨울이면 썰매·낚시로 북적대던 한강은 이 자동차전용도로의 등장과 함께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시민들로부터 점점 멀어져갔다. 이런 한강의 격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6년 4월 현재 서울지역 육지에서 한강가(둔치)로 접근하는 시설은 모두 150개다. 이 가운데 차량 진·출입로 65개를 빼면 육갑문(제방문) 22개, 지하도 21개, 보도육교 3개, 계단 30개, 경사로 9개 등 85개다. 서울 구간 한강 제방의 길이는 강북 쪽 30.4㎞, 강남 쪽 44.3㎞로 모두 74.7㎞이므로 접근시설은 평균 879m에 하나씩 설치돼 있는 셈이다. 특히 신체장애인·노인·아이 등 보행약자나 자전거·유모차 등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평적 보행 시설인 지하도와 육갑문은 모두 43개에 불과해 평균 1737m에 하나씩 설치돼 있을 뿐이다. 이것은 건강한 어른이 걸어서 접근하기에도 상당히 멀고, 보행 접근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거리인 400~500m의 3~4배 수준이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한강가로 나가봤다. 용산구 원효로에서 한강 건너편 여의도 둔치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용산구 원효로를 따라 원효대교에 오르려고 하니 다리 진입로에는 자전거 도로는 물론 인도도 보이질 않았다. 한강둔치로 가려해도 사람이나 자전거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지하도와 육갑문(제방문) 등 수평 이동로는 없었다. 실제로 마포대교~한강철교 사이에는 2㎞ 이상 지하도·육갑문 등 한강 쪽으로의 수평 접근시설이 없다.
한강가의 접근시설은 평균 879m에 하나씩 설치돼 있으며, 보행 약자를 위한 수평 이동 시설인 지하도·육갑문(제방문)은 평균 1737m에 하나꼴에 그치고 있다. 원효대교 북단의 한강 접근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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