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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 소득격차 멕시코·미국보다 악화추세

등록 2006-04-17 06:52

빈곤가구 1999년 7%→2003년 15%
가처분 소득도 기업 금고만 배불려
사회보장제도 확충이 양극화 해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 결과 보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곤·여유진 박사팀의 경제성장의 몫 분해모형은 널리 알려진 개리 필즈의 ‘경제성장 몫 분해 모형’을 발전시킨 것이다. 전체 계층의 평균소득과 빈곤가구와 비빈곤가구의 평균소득, 빈곤가구 비율 등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개리 필즈 모형은 미국과 브라질의 빈곤층과 비빈곤층의 분배 몫을 산출해 내면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 모형은 빈곤율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적용이 가능하나 빈곤율이 증가하는 경우는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김·여 박사팀의 성장 몫 분해 모형은 이 모형을 발전적으로 재구성해 빈곤율이 감소하는 경우에도 적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중위소득의 40% 미만을 빈곤층으로 보고 우리나라 빈곤가구율을 분석해본 결과, 빈곤가구율은 1999년 7.09%, 2000년 11.29%, 2003년 15.06%로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경제성장이 지속돼왔지만 빈곤층은 갈수록 늘어온 셈이다.

이런 결과는 결국 경제성장, 경제 활성화만으로 양극화 해소가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부문별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 추이를 봐도 충분히 실증된다. 개인부문의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보면, 80~89년 7.9%였지만 90~97년 6.0%, 2000~2004년 0.8%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기업부문의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80~89년 7.9%, 90~97년 4.8%, 2000~2004년 58.3%를 보였다. 성장으로 기업소득은 크게 늘어났지만 개인들의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빈곤층과 비빈곤층의 성장 몫 분해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분석한 것이다. ‘성장 몫 분해 모형’을 외국과 비교한 결과, 96~2000년, 2000~2003년 두 기간 모두 빈곤층 몫이 음으로 나타난 국가는 우리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과 이탈리아는 90년대 전반기에 빈곤층 몫이 감소했고, 대만은 90년대 후반기 빈곤층의 몫이 줄었으나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들은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도 미미하나마 빈곤층의 몫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외국과의 비교 조사는 96~2003년(외국은 95~2000년) 사이 빈곤층과 비빈곤층의 평균소득, 빈곤가구율, 비빈곤가구율 등의 통계를 기초로 이뤄졌다.

비빈곤층과 빈곤층 간 소득격차가 심한 나라는 멕시코, 미국, 한국 차례로 나타났다. 특히 비빈곤층 균등소득을 빈곤층 균등소득으로 나눈 비율에서도 멕시코, 미국, 한국 차례로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멕시코와 미국의 경우에는 빈곤층의 몫이 늘어 분배가 조금 개선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빈곤층 몫이 준데다 악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 박사팀은 이런 결과에 대해 “빈곤층의 박탈감, 양극화 현상은 멕시코와 미국이 우리보다 심하지만 개선되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양극화 현상은 아직은 덜하지만 상대빈곤율이 큰 폭으로 증가해 앞으로 더욱 나쁜 상태가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빈곤층의 몫이 96년~2003년 기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2000~2003년 기간의 빈곤층의 분배 몫(-4.20)은 96년~2000년의 것(-5.96)보다 약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등 사회보장제도의 확충 등이 그나마 분배 악화에 작게나마 기여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김·여 박사팀의 이번 분석은 96년, 2000년 가구소비실태조사 및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3년 국민생활실태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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