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한 단독주택 마당 한쪽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나뭇잎과 찢어진 포대 등을 뒤집어쓴 채 놓여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머리·상반신 부분만 각각 남아
“4·19 기념 유물로 보존했으면”
“4·19 기념 유물로 보존했으면”
4·19혁명 때 성난 시민들 손에 파괴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2개의 일부가 서울의 한 주택가에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파괴된 동상들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유물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8일 <한겨레> 취재진이 확인해 보니, 이 전 대통령의 동상 2개 중 일부가 서울 종로구 명륜동 한 단독주택 마당에 버려져 있었다. 이 동상 파편들 가운데 하나는 머리 부분(높이 160㎝)이며, 다른 것은 상반신 부분(125㎝)이다. 이 동상들은 덤불에 덮인 채 1960년 4월19일의 ‘시민혁명’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었다.
상반신 부분만 남은 동상이 파괴된 때는 1960년 4월26일 이 전 대통령이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 직을 사임하겠다”는 하야성명을 낸 직후였다. 시민들은 탑골공원으로 몰려가 동상 받침 위에서 동상을 끌어내렸다. <사상계> 1960년 6월호는 “동상은 새끼로 묶인 채 몇시간 동안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거리를 끌려 다녔다”고 그때의 광경을 전했다. 이 동상의 원래 크기는 받침대 포함 6m, 동상만은 240㎝였다.
머리 부분만을 남긴 동상은 4·19혁명 뒤 넉 달이 지난 1960년 8월19일에 부서졌다. 현재의 남산식물원 앞 분수대 자리에 서 있던 이 동상은 당시 세워진 이승만 동상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커 받침대를 포함해 높이가 2배에 이르렀다. 이 동상은 중장비를 동원해 끌어내려졌다. 1956년 같은 해에 건립된 이 두 동상은 생전에 자신의 동상을 세운 독재자의 말로를 잘 보여준다.
그러면 이 동상들은 그 뒤에 어떤 운명을 겪었을까? 잡지 <코리아 라이프> 1970년 3월호는 한 고철상인이 이 동상들의 일부를 용산의 한 철공소에 넘겼고, 이것을 자유당 시절 대한노총 최고위원을 지낸 김주홍씨가 사들여 명륜동 자신의 집에 옮겼다고 전했다. 그 뒤 김씨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이 동상들을 두고 갔고, 김씨의 집을 사들인 현재의 집주인도 이를 그대로 뒀다.
2004년, 이 동상의 존재를 확인한 이순우(44) 민족문제연구소 비상임연구원은 “이 동상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증언하는 유물로서 가치가 있다”며 “정부에서 소장자와 협의해 이기붕의 집이 있던 서울 서대문 4·19 기념 도서관에 옮겨 보존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개인집이었던 종로구 이화동 이화장에는 1988년 정부 수립 40돌을 맞아 후손과 지지자들이 2m 크기의 이 전 대통령 동상을 새로 세웠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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