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미도 진상

등록 2006-04-19 07:17

부대 소대장이었던 김방일씨가 공개한 실미도 부대원들의 사진. <실미도 육성증언>
부대 소대장이었던 김방일씨가 공개한 실미도 부대원들의 사진. <실미도 육성증언>
주검 유족인도 부담 사형수 제외
요리사·재단사 등 민간인 차출
“영화 <실미도> 탓에 실미도 사건이 잘 알려진 것처럼 돼있지만, 실체적 진실은 아직도 많이 가려져 있습니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 관계자는 18일, 지난 8월 조사 착수 이후 수십 명의 관계자 면담과 각종 정부 기록 확인을 통해 실미도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영화 <실미도>에서는 부대원들이 사형수나 무기수 등 흉악범 출신으로 묘사돼 있으나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실제와 많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애초 모집관들이 사형수와 무기수를 대상으로 삼으려고 각 교도소를 돌아다녔으나 법무부에서 ‘만약 이들이 죽게 되면 주검을 유족들에게 인도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난색을 표시해, 이들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보부에 파견된 공군 모집관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연고자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부대원을 모집했다고 한다.

“훈련 방해한다” 집단린치 살인도

모집관들은 사관후보생에 준하는 월급(당시 3000~3200원)을 주고, 배불리 먹여주며, 미군부대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등의 조건을 내세웠다고 한다. 한 모집관은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먹고자는 아이를 발견하곤, “국가를 위해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부대원들은 권투선수, 편물점 재단사, 입대 대기자, 서커스 단원, 음식점 요리사 출신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20~34살의 젊은이들이었다.


훈련과정에선 훈련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동료 부대원을 시켜 집단린치를 가해 죽이는, 영화보다 더 잔혹한 행동도 실제로 벌어졌다고 한다. 한 사형수는 재판과정에서 “울면서 때려 죽이기도 했다.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라고 증언했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말 기밀해제된 당시 재판기록이 실미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재판기록은 1972년 3월10일 임성빈·이서천·김병염·김창구 등 사형수 네 명이 서울시 영등포구 오류동 공군 제7069부대 사격장에서 사형에 처해진 뒤 33년 간 공군본부 법무관실에서 기밀서류로 묶여 있었다.

사형수 가운데 일부는 사형집행 당시 애국가와 대한민국 만세 3창을 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진상규명위는 지난달 28일 오류동 일대에서 이들 사형수의 유골발굴 작업을 벌였으나 유골을 찾아내지 못했다. 실미도 부대원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7명이다.

중정 책임자 “나는 몰라”

발뺌하거나 떠넘기거나= “아무리 중정을 상대하기가 어려웠던 부분이 있더라도, 내가 좀더 적극적으로 얘기했더라면…. 책임을 통감합니다.”

1971년 8월 실미도사건 당시 공군참모총장이었던 김아무개씨는 진상규명위가 지난해 8월 조사에 착수한 뒤 만난 사건 관계자 수십 명 가운데 자신의 책임을 거론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당시 중정의 해외 및 대북공작 총책을 맡았던 이아무개 1국장은 “내가 당시 어떤 지위에 있었는데 그 정도 사건을 알겠느냐. 그건 공작단장이 다 했지. 자세한 것은 공작단장에게 물어봐라”라고 책임을 떠넘겼다고 한다.

대북공작 분야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던 윤아무개 당시 대북공작단장은 “공군총장이 육군은 특수부대원 몇백명이고, 해군도 몇십명인데 공군총장 체면 좀 살려달라고 해서 공군이 특수부대를 운영하게 된 것”이라며 공군에 화살을 돌렸다. 부대창설 당시 공군참모총장이었던 장아무개씨는 “우리가 미쳤어요. 우리가 중정 지시 없이 그런 부대를 운영하게….”라고 되받아쳤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경기교육청 “유해도서 제거” 공문에, 한강 작품 열람 제한 1.

[단독] 경기교육청 “유해도서 제거” 공문에, 한강 작품 열람 제한

“뺨 맞아 분해서” 요양병원 옆 병실 환자 살해한 50대 2.

“뺨 맞아 분해서” 요양병원 옆 병실 환자 살해한 50대

강혜경 “명태균, 김건희는 밖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해” [영상] 3.

강혜경 “명태균, 김건희는 밖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해” [영상]

돌풍·번개 요란한 가을비…광주, 한국시리즈 열릴까 4.

돌풍·번개 요란한 가을비…광주, 한국시리즈 열릴까

‘때려잡자 빨갱이’ 발언 지적에…울산시장 “난 그렇게 배웠다” 5.

‘때려잡자 빨갱이’ 발언 지적에…울산시장 “난 그렇게 배웠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