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세자매 피습' 사건으로 두 딸을 잃은 아버지 김모(55)씨는 24일 용의자 정모(37)씨 검거 소식을 듣고 "이런저런 소문으로 실추된 죽은 딸 아이들의 명예가 어느 정도나마 회복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뇌수술을 받은 셋째딸(16)이 입원 중인 병원에서 기자와 만나 "이날 잡힌 용의자가 우리 딸들을 해친 범인임을 믿는다"며 "잡혔다고는 해도 법대로 하는 수밖에, 내가 멱살을 잡을 수가 있느냐"면서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화재 신고 15분 전부터 내가 깨어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이 나를 범인으로 70% 이상 지목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한 뒤 "동네에서 `아빠가 딸들을 죽였다', `이 집이 채무관계에 시달려 왔다'는 등의 소문이 퍼져 동네에서 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는 그동안 딸들의 참변과 주변의 억측 등으로 인해 악몽에 시달려 왔다며 "용의자가 잡혔다는 얘기를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수사를 해 온 경찰에 대한 서운함과 함께 불신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오늘 경찰에서 용의자 검거를 통보해 주지 않아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오늘 잡힌 사람이 우리 딸을 해친 사람이란 것은 믿지만 다른 미제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매제도 "잡힌 사람이 정말 범인인지 믿을 수가 없다. 경찰에서 미제 사건과 함께 엮어버린 것 아닌지 모르겠다.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며 경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김씨의 세 딸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셋째딸은 이날 오후 받은 뇌수술 경과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제성 기자 jsa@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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