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명숙 총리(오른쪽) 주재로 윤광웅 국방부 장관(가운데), 황인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이택순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국방부 “오늘까지 공사방해 중단 약속하라”
국방부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확장에 따른 갈등을 대화로 풀자며 주민대표들과 합의한 지 하룻만에 공사방해를 중단하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이에 주민들은 국방부가 행정대집행 강행을 위한 ‘명분쌓기’로 ‘대화’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어 평화적 해결 전망이 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박경서 미군기지이전사업단 창설준비사업단장(육군 소장) 등 국방부 관계자들은 1일 평택시청에서 ‘미군기지확장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유영재 정책위원장 등과 2차 대화를 했다. 국방부는 이 자리에서 △주민보상안 협의 △지질조사 등 공사준비 활동 보장 △영농행위 및 공사방해행위 중단 등을 약속할 경우 철조망을 치지 않겠다고 밝히고, “2일까지 범대위 쪽에서 답변을 주지 않으면 대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범대위 쪽은 △모든 가능성을 열고 대화할 것 △공정한 3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한 평화적 해결 △8일 3차 대화 등을 제안하면서 “국방부 통보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움직임은 하루 전 국방부와 범대위 쪽이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대추리 문제 해결”에 합의한 것과 달리 사태 해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범대위와 주민들은 국방부의 이런 방침 선회에 대해 “애초 대화 합의가 명분쌓기용이 아니었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대화가 이뤄지기 전인 이날 오전 국방부 박경서 단장은 “대화가 되려면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데 저쪽은 기지 이전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대화가 쉽지 않다”며 대화 회의론을 제기했다. 또 국방부는 이날 주민 대표단과의 대화에서 대표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기대했던 대화진전은 이뤄지지 못했다.
산적한 난제를 풀지 못해 끝내 양쪽 대화가 결렬될 경우, 국방부와 주민·인권단체들의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방부가 지금까지와 달리 군부대까지 투입하며 행정대집행을 강행할 경우 주민들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한명숙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그에 대해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의 이주나 생계문제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철저히 파악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한 총리의 지시와는 달리 상황은 순탄치 않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태해결을 국방부와 주민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5년간의 분쟁 끝에 해결됐던 ‘국군기무사령부 과천이전 갈등사례’를 분석한 한국행정연구원 박홍엽 박사는 “대추리 문제 해결에는 국방부, 주민, 시민단체, 자치단체와 중립적 제3자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양쪽이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양쪽은 대집행과 영농행위를 함께 중지해 먼저 신뢰회복을 이루고, 이어 해결 가능한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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