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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마음 상처 크지만 주민들 다시 일어설것”

등록 2006-05-05 18:53

“입바른 말 잘하는 대통령 한마디 해줬으면…”
[뉴스인물] 평택미군기지 범대위 문정현 공동대표

국방부와 경찰이 평택 대추분교를 철거하고 285만평 들판에 철조망을 치고난 5일 오전,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공동대표인 문정현(67) 신부는 “땅도 집도 빼앗아 가려 하지만 우리 마음을 빼앗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신부는 국방부와 경찰이 강제 집행을 하던 4일 낮 내내 대추분교 지붕 위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마지막으로 경찰에 끌려 나왔다. 30여년을 민주화 운동 현장을 지켰던 그도 경찰 투입 과정에서 120여명이 다치고 500여명이 끌려가는 모습을 지붕 위에서 지켜보다가 “그만 ‘팡팡’ 울어버렸다”고 말했다.

“역사는 반복이 없는데 반복되는 느낌이야. 저 너머로 군 헬기는 철조망을 실어나르고 군인들은 철조망을 치고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는 사방에서 수천명의 경찰이 무자비하게 진입하는데, 80년 광주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야. 5월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나 싶어!”

국방부는 강제 집행에 앞서 지난 30일 “모든 의제를 열어놓는다”며 문 신부와 만나서 대화하자고 요청했다. 문 신부는 이를 받아들여 그 자리에 나갔지만, 대화는 순조롭지 않았다. 국방부가 ‘영농 중단’을 범대위에 받아들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정오까지 대답 없으면 ‘대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겠다’고 말하는 거야. 세상에 이런 말이 어디 있나. 난 국방부가 대화에 뜻이 없었다고 생각해.”

문 신부는 국방부가 미국기지 이전·확장을 밀어붙인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고 있었다. 문 신부는 “수십년 동안 농사짓고 살아온 주민들에게 미군기지 지을 테니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 자체가 국가의 폭력”이라며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우더니 결국 행정 대집행이라는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추리 대추분교는 철거됐지만 주민들의 촛불집회는 4일 저녁 장소를 대추리 평화공원으로 바꿔 열렸다. 문 신부는 “너무 비참한 생각이 들어서 어젯밤 주민들과 서로 껴안은 채 함께 엉엉 울었다”며 “마음의 상처가 크지만, 주민들은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 신부는 “입바른 소리 잘하는 대통령이 이런 때 한 마디 해주면 얼마나 좋겠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평택/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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