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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만신창이 된 사기도박단

등록 2006-05-08 19:30수정 2006-05-08 23:30

상대편 알고보니 조폭
초소형카메라 등 들켜
두들겨맞고 돈도 뺏겨
계획은 완벽해 보였다. 바늘구멍 만한 초소형 적외선 카메라 렌즈를 숨긴 모자와 귓구멍에 쏙 들어가는 좁쌀 만한 무선 이어폰, 도박판의 상황을 실시간 무선 중계받는 노트북 컴퓨터까지. 팀원들의 호흡도 완벽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나아무개(40)씨 등 6인조 사기도박단 일당. 보무도 당당히 경기 포천시 송우리의 불법 카지노에 들어선 것은 지난달 16일 밤 11시. 종목은 바카라. 테이블 위에는 이들이 전날 밤 몰래 바꿔치기한 이른바 ‘목카드’(약품처리 등을 통해 특별한 표시를 해놓은 카드)이 깔려있었다. 나씨와 이아무개(32)씨가 모자로 카드 뒷면을 비추자 카지노 밖 승용차 안에 대기하던 홍아무개씨의 컴퓨터 화면에 카드의 무늬와 숫자가 고스란히 떴다. 홍씨의 무선 지휘에 따라 나씨와 이씨는 번갈아 돈을 걸었고, 허아무개씨 등 3명은 옆에서 바람잡이 노릇을 하며 딜러와 업주의 주의를 흩트렸다. 밤 11시부터 3시간만에 카지노로부터 딴 돈은 2340만원.

첨단장비와 완벽한 연기는 흠잡을 것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하우스’의 주인은 ‘신천지개벽파’라는 이름의 조직폭력배. 도무지 ‘운’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꾼’들이었다. 딜러가 그렇게 번번이 깨질 리 없다고 굳게 믿은 최아무개(45)씨 등 조폭들은 돈을 들고 일어서는 나씨 일당을 가로막았다. 나씨 등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둘러대며 위기를 모면하려했지만 몸싸움 끝에 그만 초소형 카메라와 무선송신장치를 감춘 모자가 벗겨지고 말았다. 나씨 일당은 꼼짝없이 창문도 없는 좁은 방에 갇혔다. 16시간 동안 야구방망이 등으로 두들겨맞은 나씨 등은 지니고 있던 현금 3800만원과 승용차를 모두 빼앗기고 나중에 2천만원을 더 내겠다는 각서까지 쓴 뒤에야 겨우 풀려났다.

돈도 빼앗기고 만신창이로 얻어터진 도박단은 ‘쪽팔림’ 대신 ‘타짜’다운(?) 복수의 길을 선택했다. 나씨 등은 풀려나자마자 병원에서 진단서까지 뗀 다음 신천지개벽파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것도 자신들의 사기도박 범죄를 자수하는 방법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도박 혐의로 나씨와 이씨를 구속하고, 신천지개벽파의 최씨와 이아무개(32)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나머지 사기도박단과 조직폭력배 8명은 불구속 입건되고 11명은 경찰에 쫓기는 신세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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