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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부부란 쉼 없이 얘기하는 동행자

등록 2006-05-23 21:14수정 2006-05-24 11:20

유치원 경영 이진우·이숙현 부부
‘부부의 날’ 결혼 두 돌 맞아
“그대(아내)의 변덕을 사랑하고, 그대(남편)의 서툼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꿈을 존중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합니다.”(함께 만든 혼인서약서)

지난 21일은 부부의 날, 3년 전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을 빚어 만든 법정기념일이다. 그러나 이 젊은 부부는 애면글면 ‘함께 동행하는 둘’일 뿐이다. 이번 5월, 정확히 결혼 2돌째를 맞는 아내 이숙현(29), 그리고 이진우(32)씨.

청혼은 남편 몫이었다. “나와 같이 끝까지 걸어주지 않을래?” 몇날을 담금질했던 탓일까. 연애만 3년째였는데도 퍽이나 서툴렀다고 아내는 되뇐다. 외려 더 무관심한 하나보다, 쉼없이 얘기해야하는 동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금은 셋이 걷는다. 지난 3월 딸 해랑이가 태어났다.

다음달이면 부부의 삶은 통째 바뀌게 된다. 시부모가 경영하던 유치원을 물려받아 남편은 유치원 경영자로, 아내는 그곳의 교사로 나서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부부는 오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시부모가 있는 경북 구미시에 새 둥지를 틀었다.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 둔 진우씨가 말했다. “직업이 도구가 아닌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둘은 입을 맞춘 듯 말을 이었다. “아이들은 늘 변하니까 그만큼 우리도 자랄테죠. 자란 만큼 아이들을 더 가르칠 수 있고 그게 바로 평생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숙현씨에겐 보통 부담이 아니었다. “혼담이 오갈 즈음 시어머니가 유치원 교사가 되서 가업을 이어줄 수 없겠냐고 물으셨어요.” 당시 26살 숙현씨는 소설을 준비하던, 차라리 꿈 꾸는 소녀였다.

남편은 곧 대학원 아동복지학과에 입학했고, 아내는 유아교육과로 편입했다. “많은 걸 배웠어요. 교육이 변화의 시작이고, 그런 점에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예술처럼 보였어요.”(숙현)

부부의 인연은 2000년까지 거슬러간다. 당시 건국대와 이화여대를 다니던 부부는 유네스코가 ‘평화’를 주제로 마련한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에서 함께 상을 받았다. 에세이를 볼 수 없겠냐며 숙현씨에게 접근했던 진우씨의 속내를 유네스코만 빼곤 다 알았을 법하다.


2004년 결혼식엔 주례가 없었다. “결혼을 찍어내는 공장이 싫었다”는 부부는 식 내내 하객들을 마주본 채, 친구들과 함께 연극, 노래 따위 온갖 축제로 자신들을 축복했다. 이들은 “결혼식이야말로 우리 부부가 함께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가늠하는 첫 실험이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저치의 출산율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진우씨는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사회 전체적으로 줄었다는 뜻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부부는 말했다. “노력했는데 아이가 잘 안생겼어요. 걱정하고 힘들었죠. 그러다가 아이를 갖는다는 건, 우리의 삶에 아이를 초대하고 우리가 아이의 삶에 초대되는 일이란 말을 들었어요. 아, 아이가 우리를 초대할 때까지 기다려야하는구나….” 그래서 “생명은 경이롭다 ”면서도 “행복하게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 환경이 중요하다”고 숙현씨는 말했다.

그나저나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아야 계속 동행도 하고, 뭐든 가르칠 게 아니냐고 짓궂게 물었다. 부부가 한참 웃는다. “친구들도 걱정하더라고요. 사양 사업에 뛰어드는 거라구. 그래서 우리가 셋 정도를 낳으려고요.” 천상 해랑이는 유치원이 제 집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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