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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충의의 고장 의령, 돈선거로 쑥대밭

등록 2006-05-26 15:57

"위기에 처했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의병이 돼 목숨을 받쳤던 충의의 고장에서 나라 말아먹을 돈선거가 발생했으니 안타깝고 안타깝다"

임진왜란 당시 전국에서는 가장 먼저 '홍의장군'으로 더 잘 알려진 망우당 곽재우 장군을 중심으로 의병을 일으켰던 충의의 고장 경남 의령군이 26일 돈선거로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특정정당 지지를 당부하며 거액의 돈이 뿌려진 사건 발생지는 바로 의령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곽재우 장군이 의병을 일으키고 생가가 위치한 의령군 유곡면으로 마을 전체가 돈선거로 쑥대밭으로 변했다.

의령경찰서에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긴급체포된 강모(54.농업)씨는 지난 24일 의령군 유곡면 일원에서 전모(48)씨에게 "한나라당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면서 60만원을 제공하는 등 지역 주민 12명에게 30만-120만원까지 모두 890만원을 건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강씨로부터 돈을 받은 주민들은 다시 지역 주민들에게 돈을 전달해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한 돈선거 관련 주민들은 모두 53명에 달한다.

만약 이들이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벌금형은 물론 공직선거법에서 처벌하는 기부행위로 인정돼 과태료가 받은 돈의 50배로 무려 4억4천5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10만원을 받았다 하더라로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할 판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인된 관련자만 53명으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 관련자가 더 있을 수 있다"며 "조사를 벌인 뒤 돈을 받은 주민들에게 대해서는 처벌은 물론 선관위에 전원 통보해 과태료도 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졸지에 돈선거 폭탄을 맞은 유곡면은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다.

유곡면 한 마을서 만난 주민은 "지금도 그놈의 왠수같은 돈봉투를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 벌렁 거린다"라며 "솔직히 뭐가 뭔지도 모르고 받게 됐는데 미쳤지 미쳤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유곡파출소 권영길 소장은 "순박하고 법없이도 살 면민들인데 선거가 주민들을 갈라놓고 온통 범죄자로 만들게 됐다"며 "부임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욕하거나 싸움한번 하지 않는 시골마을인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곽재우 장군의 생가가 있고 의병들이 북을 매달아 훈련을 했던 현고수가 위치한 유곡면 세간마을 주민들은 농사일도 포기하고 날벼락같은 돈선거 소식에 마냥 한숨을 내쉬었다.

유곡면사무소 강기복 부면장은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해 할말을 잃을 정도"라며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노인들이 대부분인데 졸지에 화를 입지 않도록 선처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유곡면 한 노인은 "그 놈의 돈선거 때문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받쳤던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게 됐다"며 연신 담배를 피웠다.

충의의 고장 의령이 돈선거 폭탄에 휘청거리고 있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 (의령=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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