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29일 오전 ‘대법관 임명제청 무엇을 중시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연 토론회에서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학)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참여연대 대법관 토론회
“해박한 법률지식, 탁월한 재판능력, 투철한 국가관과 엄격한 자기관리, 원만한 인품과 법조계의 높은 신망….”
1987년 이후 최근까지 행정부가 대법관 지명자의 임명 동의를 요구하면서 국회에 보낸 인물평이다. 대법관 후보자는 수십명이었지만, 인물평은 천편일률적이다. 29일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대법관 관련 토론회에서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지난해 박시환(개혁적 성향, 인권보장에 투철한 사명감), 김지형(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고 소수자 보호 역할을 이행할 것으로 평가), 김황식(원칙론자이면서도 합리적) 후보자 때부터 비로소 인물평이 ‘개별화’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최근에야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제대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보수 성향의 대법관도 있어야 사회변화의 속도를 알맞게 조절해 ‘안정 속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문제는 13명의 대법관 대부분이 보수적 성향만을 띠고 있다는 것”이라며 “노동·여성·환경문제에 식견을 가지고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관심을 가진 합리적인 법조인이 대법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기덕 변호사(금속산업연맹법률원장)는 그러나 “우리 법조계에 전근대적인 ‘전관예우’ 개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근대적 개념인 보수와 진보를 논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변호사는 퇴임 뒤 개업지가 어딘지, 판사는 전관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서 얼마나 공정한 재판을 했는지를 평가해 대법관 적임자를 거르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장주영 변호사는 시민단체의 대법관 추천 움직임을 ‘사법권 독립 침해’로 간주하는 일부 보수단체의 비판을 일축했다. 장 변호사는 “사법권 독립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때 필요한 것이지, 법관 인사권과 행정권을 쥐고 있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판사들이 법률전문가이기는 하지만,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인 법률 적용으로 당사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해, 사회통합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게 국민들의 불만”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법원부터 달라져야하며, 정책법원을 지향하는 대법원에는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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