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자본·언론 과도한 상업성에 반기
월드컵 취한 ‘대~한민국’에 스티커 부착 운동
월드컵 취한 ‘대~한민국’에 스티커 부착 운동
“대한민국은 지금 월드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말 없나요?”
가로 5㎝, 세로 7.5㎝짜리 스티커에 담긴 글귀 하나로 ‘축제의 열기’에 맞설 수 있을까?
‘월드컵 왕국, 대한민국’을 향해 몇몇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다. 각 시민단체 소속 활동가와 대학생 등은 “현재 한국 사회는 월드컵과 축구를 뺀 그 밖의 것들에는 거의 관심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5일 밤부터 월드컵 폐해를 고발하는 스티커를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된 월드컵 조형물에 부착하는 등의 ‘게릴라 문화 행동’을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심점 노릇을 하고 있는 문화연대의 김완씨는 4일 “월드컵에 대한 자본의 지나친 개입, 언론의 상업적인 활용 등으로 다른 중요한 정치·사회적 현안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시민들과 함께 이런 문제의식을 나누고자 다른 문화 활동가들과 함께 운동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독일 월드컵 개막을 닷새 앞둔 5일부터 최소 100명의 ‘시민 게릴라’가 주로 밤과 새벽에 서울 시청, 광화문 일대를 중심으로 설치된 월드컵 조형물에 1만여장의 스티커를 붙일 계획이다.
지난주 이미 제작된 스티커는 ‘월드컵 보러 집 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습니다’ ‘나의 열정을 이용하려는 너의 월드컵에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들은 “월드컵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한 뒤, “축제를 과도하게 이용하려는 미디어와 자본, 정치권의 전략을 경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업자본의 월드컵 특수 전략은 더욱 두드러졌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두 편의 대기업 광고 주인공으로 ‘활동’ 중이고, 대표팀이 꾸려지기도 전인 지난달 수기까지 발간했다. 승리를 일구면서 시나브로 영웅이 돼갔던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입도선매’다. 2002년 월드컵 응원의 성지였던 서울시청 앞 광장도 일찌감치 대기업의 독점 사용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씨는 “요즘 지상파 방송만 봐도, 스포츠 뉴스를 빼고도 매일 5꼭지 이상의 월드컵 관련 기사를 쏟아낸다”며 “평택 대추리 미군 기지 이전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은 ‘월드컵 왕국’의 문제를 진단하는 각 분야 활동가 20여명의 글을 잇따라 웹진(‘참세상’)에도 실을 예정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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