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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되짚어 보는 평택 미군기지](상)협상·비준과정 문제 없나

등록 2006-06-06 19:02수정 2006-06-06 20:48

평택 대추리 대추분교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있은 지난달 초 팽성읍 도두리 들판에서 군인들이 이미 쳐 놓은 철조망 뒤에서 감시 초소를 만들고 있다. 평택/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평택 대추리 대추분교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있은 지난달 초 팽성읍 도두리 들판에서 군인들이 이미 쳐 놓은 철조망 뒤에서 감시 초소를 만들고 있다. 평택/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미 협상결과·세부비용 검증 없이 통과시켜
추가부담 국회보고·청문회등 보완책도 ‘공염불’
[되짚어 보는 평택 미군기지](상)협상·비준과정 문제 없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최근 정부와 주민 간의 대화 재개 등으로 소강국면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7일 대미 재협상을 요구하는 토론회를 여는 등 근본적인 해결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미군기지 이전 결정 과정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했는지, 평택 미군기지의 규모나 쓰임새가 적절한지, 이전 비용은 합리적인지 등을 두 차례에 걸쳐 다시 짚어본다.

국회, 내용 잘 모른채 비준…“미국에 백지수표 준꼴”

경기 평택으로 미군기지가 이전하는 것으로 결정되기까지 대미 협상과 국회 비준 과정은 과연 민주적인 정당성을 확보했을까.

지난 2004년 12월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가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안과 연합토지관리계획 개정 협정안의 비준안을 통과시킨 직후 임채정 위원장은 이런 말을 했다. “이 계획이 앞으로 추진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익적, 민족적 차원에서 한점 의혹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자리가 어쩌면 우리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 충분한 정보와 철저한 검증 없이 비준안이 통과된 데 대한 부담감이 묻어난다.

앞서 같은해 7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정부는 주한미군 재조정에 관한 정책방향과 한-미 협의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적 지지를 구하고자 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 국회 회의록을 보면 의원들이 충분한 정보나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박세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이 어느정도 재정적인 부담을 가질 것이냐에 대해 그 대충의 규모라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도 지금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협상 과정과 관련된 한-미 미래동맹전략회의 회의록을 국회가 비공개 청문회를 통해서라도 열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자료가 없거나 외교안보 사안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정부가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벗어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던 한명숙 국무총리는 “비용과 관련된 세부항목을 파악할 수 있는 이행합의서나 시설종합계획 등을 국회 비준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국회의 재정통제권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4조원 이외의 추가비용은 없을 것이며, 이행합의서는 시행령격으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피해갔다.

정부의 속내는 지난 5월 내놓은 ‘미군기지 이전사업,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브리핑 자료에서 드러난다. 이 자료는 “국가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중요한 사안으로, 국가간 협의완료 전에 세부내용을 공개할 수 없었고 사전 동의를 얻어 이주시키는 국책사업은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라는 것이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국제정치의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되 국민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참여정부답게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하고 진실은 분명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며 “지난 3년 동안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국민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진실은 여전히 저 너머에 있다”고 말한다.

대미 관계를 고려해 연내 비준안 처리를 요구한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비준안을 졸속 처리한 국회는, 보완책으로 추가 재정부담과 관련한 정부의 국회 사전 보고를 부대조건으로 달았고 국회 차원의 사후 청문회 개최도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회에 대한 단 한차례의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고, 청문회도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가 소요될 사업 비용에 대해 거의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로 비준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사실상 미국에 백지수표를 발행해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권영길 의원도 “미국과 관련된 사안의 국회 비준에서 통일외교통상위는 ‘통법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외교안보와 국익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과거와 달라져 있다”며 “국가가 모든 걸 책임질테니 국민들은 따르면 된다는 냉전시대의 안보·외교 논리는 더이상 국민을 설득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시민단체 재협상 요구…실현 가능성 높지 않을듯

정부의 밀실 협상과 국회의 허술한 검증은 협상 내용에 대한 여러 의문을 증폭시켜 왔다. 여기에 더해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반발까지 이어지면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법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재협상의 여지가 열려 있다고 주장한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 제2조 5항은 “양 당사국은 이전의 시행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시설과 구역의 소요에 현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에는 상호협의하고 이전계획에 필요한 조정을 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상교 변호사는 “올해 초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이 예정돼 있다”며 ”이는 애초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 개정 협정에서 제공하기로 한 시설과 면적에 변동이 생김을 의미하고, 여기에 더해 평택 대추리 주민의 격렬한 수용반대 의사를 ‘시설과 구역 소요의 현저한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미 역학관계와 정부의 내적 토대를 살펴볼 때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참여연대가 한-미 협상 과정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데 대해, 감사원이 지난달 29일 “고도의 정치적·정책적 판단을 요하는 외교정책 수립과정이자 국가의 기밀 및 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린 것도 재협상 불가론에 힘을 실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박정은 팀장은 “감사원의 결정으로 외교안보와 관련한 정부 정책이나 협상을 감시하고 통제할 길이 없어졌다”며 “이제라도 국회가 나서 청문회를 하지 않는 이상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책임은 영원히 물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전 세계 미군 ‘신속 기동군화’ 한반도 국제분쟁 휘말릴수도

전략적 유연성은
‘전략적 유연성’은 전세계 미군을 언제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빼내 분쟁지역에 신속히 투입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의 군사전략 기조다. 미국은 당연히 주한미군에도 이를 적용하려 한다. 때문에 한반도 전쟁 발발 때 미군의 자동개입 ‘인계철선’ 구실을 하던 주한 미 2사단 기지 및 용산 미군기지의 한강 이남 이전이 본격 추진되면서, 끊임없는 논란이 돼왔다.

정부 내부, 정부-국회, 정부-시민사회 사이에 이런 논란은 지난 1월19일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한-미 장관급전략대화’ 뒤 나온 공동성명을 계기로 증폭됐다. 성명은 “①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②전략적 유연성 이행에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며 양국의 입장을 병렬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에서 “(공동성명은) 한반도가 동북아 발진기지로 사용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에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진영은 주한미군 주력의 평택 이전 및 ‘신속기동군’화에 비춰볼 때 ②번 문장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한다. 주한미군이 더는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는 ‘붙박이군’이 아니라, 신속기동군으로 중국과 대만의 분쟁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와 다른 분쟁지역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국제분쟁에 휘말리게 돼 우리 국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평택 미군기지가 결국 미국의 ‘동북아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털어놓은 속내는 상징적이다.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한-미간에 이면합의 같은 건 없다. 두 문장의 뜻은 ‘양쪽의 입장을 병렬하고 일단 이 문제는 덮어두자, 실제 상황이 생기면 그때 가서 보자’는 것이다. 미군의 지역적 구실에 대해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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