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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영남씨 모자 ‘28년만의 만남’ 길열려

등록 2006-06-08 19:12수정 2006-06-08 22:09

정부 ‘조심’

“어렵게 만련한 만남 무산될라” 언론에 ‘미래지향적 접근’ 부탁

북한이 ‘김영남씨 모자 상봉’ 전통문을 보낸 뒤 정부는 “상봉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하고 절제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에게 조심스러운 접근을 부탁했다. 19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예정된 모두 4차례의 상봉행사 가운데 김영남씨 모자 상봉은 2차 상봉행사 때인 22∼24일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보름 정도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자칫 어렵게 마련한 상봉 행사에 ‘동티’가 날까 걱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언론의 ‘과도한’ 관심이다. 정부 당국자는 “언론이 순수하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를 부탁한다”며 “미래지향적으로 보기를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분단의 비극으로 초래된 납북자 문제에 대해 과거의 납북 사실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북한의 체면을 깎거나 모욕감을 주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 ‘납북자는 없으며 본인들의 의지에 따른 의거 입북만 있을 뿐’이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다 보니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마다 ‘납북’이란 표현을 쓰는 남쪽 취재진과 마찰을 빚었다. 따라서 옳고 그름과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일부 언론이나 단체가 과거 납북 사실만을 공세적으로 부각시킬 경우 모자 상봉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어찌됐든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부 쪽에서 보면 상당히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인데, 이를 존중해줘야 할 필요성도 있다는 게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도 7일 보낸 전통문 말미에 ‘난관을 조성하는 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남쪽 당국의 ‘책임있는 조처’를 요구했다. 이용인 기자


일본 ‘난감’


납치문제 대북전략 차질 우려 메구미 관련 얘기나올까 촉각

일본 정부와 납치 가족회 등에선 김영남씨 모자의 상봉 소식에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납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대북 압박을 강화해 북쪽의 양보를 이끌어낸다는 일본의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일의 ‘납치 공조’를 강력히 촉구해온 일본 쪽은, 북한의 김영남씨 모자상봉 허용이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상호방문 등을 통해 고조된 한-일의 공조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김씨의 어머니 최계월씨와 일본 납치 가족회는 공동투쟁을 강조하면서도 방북에 대해선 큰 견해차를 보여왔다.

일본은 북한이 그동안 메구미의 남편이라고 얘기했던 김철준씨와 김영남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으로선 북한이 김씨 가족 상봉을 통해 납치 문제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김씨가 공개석상에서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이라고 밝히고 일본 쪽에 보낸 유골도 진짜라고 주장하면, 메구미의 사망이 사실로 굳어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일본 당국은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북 압박 강도만 높여온 일본으로선 대응이 매우 힘들게 된다.

게다가 지금까지 방북을 거부해온 요코타 부부에 대해서도 북한에 가서 손녀딸을 만나고, 메구미의 사망 여부도 직접 확인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우파 정치인과 납치 가족회가 일사분란하게 추진해온 대북 압박 전략이 뒤틀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당장 전략을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요코타의 아버지 시게루(73)는 그동안 방북을 희망하는 최씨에 대해 “북한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며 만류해왔으나, 이날 소식을 듣고는 “이러쿵저러쿵 말할 게 없다”며 말을 삼갔다. 납치 가족회는 긴급성명을 내 “북한은 지금이라도 모든 납치를 인정하고 전원을 돌려보내야 한다”며 “일부 이산가족이 북한의 감시하에서 재회한다고 해서 납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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