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비상탈출도 못할 돌발 상황이었다”

등록 2006-06-08 19:36수정 2006-06-09 14:27

조종사 2명 사망 확인
① 엔진 이상?…말썽많던 F-16계열 엔진 장착
② 전자장치 결함?…한국형 개량과정서 부조화
③ 조종 실수?…바다를 하늘로 착각할수도
2009년 20대 추가도입계획 ‘빨간불’

지난 7일 F-15K 전투기가 야간훈련 도중 동해상에 추락한 사고의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군은 8일 사고 원인이 기체 결함으로 드러나면 올해 말까지 들여오게 돼 있는 14대의 F-15K 도입 일정을 수정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경우 2009년부터 예정된 이 전투기 20대의 추가도입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이날 오전 사고기에 탑승했던 조종사 김성대(36·공사 41기) 소령과 이재욱(32·공사 44기) 소령진급 예정자의 신체 일부와 사고기 잔해 50여점을 동해상 사고해역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체 결함인가, 조종 실수인가?=공군본부 정책홍보실장인 권오성 준장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 룸에서 F-15K 추락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사고 원인에 대해,“사고기가 추락하기 전 교신이 있었으나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는 없다”며 “비행자료와 목격자, 교신내용 등을 종합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 기술자들이 방한하면 합류시켜 공동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군 사고조사본부는 일단 조종사 두 명이 모두 비상탈출도 하지 못할 상황이었다는 점을 중시해, 사고기가 돌발 상황에 휩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F-15K는 악천후에도 비행이 가능하고 조종사의 비행착각을 줄여주는 최신 항법장비와 첨단 헬멧 등을 갖추고 있지만,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F-15 계열 전투기의 추락사고는 최소한 11건 이상 발생했다. 이 가운데 2002년 이후 발생한 3건은 엔진 결함 등 기체 결함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도 엔진 이상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F-15K 엔진은 기존의 F-15 계열 전투기와 달리 F-16에 장착되는 GE 엔진이 처음으로 탑재됐다. 그러나 GE 엔진이 F-15K에 장착되면서 보조장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전투기 계약 당시부터 제기돼 왔다. F-15E를 한국형인 K형으로 개량하는 과정에서 전자장치 등을 바꾸면서 결함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엔진에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 우리 공군의 주력기 F-16 계열을 F-15K가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한국군의 F-16 계열 전투기는 1990년대 초 도입 이후 모두 7차례 추락했는데, 조사 결과 모두 엔진계통의 이상으로 밝혀졌다.


공군은 기체 결함 가능성과 함께 조종사의 조종실수나 조종착각(바다 위를 비행할 때 자신과 비행기의 자세를 착각하여 바다를 하늘로 착각하고 거꾸로 날아가는 현상) 가능성도 함께 조사중이다. 그러나 권 준장은 “사고가 난 전투기 조종사들은 미국 보잉사에서 30회 이상의 충분한 야간비행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F-X 사업에 빨간불?=이번 사고로 운용비를 포함해 모두 5조6천억원을 들여 대당 1천억원대의 최첨단 전투기 40대를 도입함으로써 한반도 차원을 넘어 작전을 수행하려는 우리 군의 야심찬 차세대전투기(F-X) 도입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권 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6월부터 12월까지 F-15K 14대를 미국에서 들여오는 일정에는 아직 변화가 없으나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도입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군은 지난해 F-15K 4대를 들여온 데 이어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14대, 2008년 이전까지 나머지 22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등 모두 40대를 들여와 2008년부터 전력화할 예정이다. F-15K 인도 일정이 지연되면 2009년부터 F-15K급 20여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전력증강계획(차기 F-X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F-15K는 도입 과정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F-15K는 지난 2000년 공군의 시험평가 결과 프랑스 라팔 전투기에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한-미 연합작전 등 종합성적에서 역전해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결정됐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홰 “경쟁 기종 선정 과정이 부적정했고 가격도 너무 비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엘리트 조종사=F-15K와 운명을 함께한 고 김성대 중령은 F-5, F-6 전투기를 몰다가 F-15K 조종사로 선발돼 2004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미국에서 비행교육을 마쳤다. 그는 보잉사와 미 공군에서 전투기의 엄청난 가속도로 인해 실핏줄이 여러 번 터지는 고통을 감내하고 교육을 수료했다. 이재욱 소령도 조종간 잡는 것을 천직으로 삼겠다고 말해온 파일럿으로, F-15K 조종사로 선발됐을 때는 다른 합격자들보다 더 기뻐했다고 한 부대원은 전했다. 공군은 사고 직후 두 조종사에게 한 계급씩 추서했다. 고인들은 9일 오후 2시 소속 부대인 대구의 제11전투비행단에서 부대장으로 영결식을 치르고 오후 6시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안장식을 한 뒤 영면한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경기교육청 “유해도서 제거” 공문에, 한강 작품 열람 제한 1.

[단독] 경기교육청 “유해도서 제거” 공문에, 한강 작품 열람 제한

“뺨 맞아 분해서” 요양병원 옆 병실 환자 살해한 50대 2.

“뺨 맞아 분해서” 요양병원 옆 병실 환자 살해한 50대

강혜경 “명태균, 김건희는 밖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해” [영상] 3.

강혜경 “명태균, 김건희는 밖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해” [영상]

돌풍·번개 요란한 가을비…광주, 한국시리즈 열릴까 4.

돌풍·번개 요란한 가을비…광주, 한국시리즈 열릴까

‘때려잡자 빨갱이’ 발언 지적에…울산시장 “난 그렇게 배웠다” 5.

‘때려잡자 빨갱이’ 발언 지적에…울산시장 “난 그렇게 배웠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