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
지난해 11월 ㅎ대 부설 항공기술교육원(2년제) 전아무개 교수 방에 제자가 찾아왔다. 몇달 전 교육원을 졸업한 뒤 인천공항에서 짐운반 아르바이트를 하던 함아무개(22)씨였다. 함씨는 “국정원에 취직했다”며 스승에게 자랑을 늘어놨다. 제자를 축하해주던 전 교수는 이어 조카의 취직 걱정을 털어놨다. 함씨는 “국정원 직원인 내가 항공사에 잘 말해 취직시켜 주겠다”고 했고, 전 교수는 교제·접대비조로 1천여만원을 건넸다.
함씨는 다음달 ㅎ대 총장실에도 나타났다. 이번엔 심부름센터 직원인 김아무개(44·구속)씨를 대동하고 나타나 “학교의 장학금 유용사실을 알고 있다. 언론보도를 막으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은근히 협박했다. 겁을 먹은 총장은 2천만원을 건넸고, 올해 초 1천만원을 더 뜯겼다.
이들의 사기극은 아들의 행각을 알게된 아버지가 함씨를 설득해 경찰에 자수시키며 끝났다.
한편, 경찰은 함씨의 사기 행각을 계기로 ㅎ대를 수사해 차아무개 교수가 장학기금 수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해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한승철)는 이런 정황 등을 참작해 함씨를 공갈 및 사기 혐의로 9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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