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현대차로부터 억대 받아…론스타 사건과는 무관”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주임검사 최재경)는 12일 현대차 쪽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변양호(52) 보고펀드 대표이사를 체포했다. 현대차가 경제부처 고위 관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흔적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씨는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있던 2001~2002년 현대차로부터 계열사의 부채 탕감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41억6천만원을 받은 김동훈(58·구속 기소)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한테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현대차로부터 기아차 부품업체인 위아·아주금속의 채무탕감을 도와주는 명목으로 받은 돈 가운데 성공 보수금 6억원을 뺀 35억6천만원을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금융당국과 금융계 쪽으로 수사를 확대해왔다.
검찰이 지금까지 사용처를 밝혀낸 현대차 로비자금은 산업은행의 박상배 전 부총재 14억5천만원, 이성근 전 투자본부장 1억원, 하재욱 전 팀장 7천만원 등으로, 19억4천만원의 행방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변씨가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있을 때 금품을 받은 흔적이 드러나면서 나머지 금액도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의 고위층에게 건너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씨는 현대차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으면서 “국책은행과 정부투자기관 및 금융기관 경영진, 금융감독당국의 고위층에 청탁해 반드시 성사시켜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나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 관련 기관이 로비 대상이었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김씨는 법정에서 “현대차에서 로비자금을 받을 때마다 로비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자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할 것인지, 왜 돈이 필요한 것인지 등을 담당자를 통해 ‘상부’에 보고했고 필요할 때마다 승인을 받아 자금을 썼다”고 진술해 현대차를 위해 로비했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 쪽은 “재경부에 로비를 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며 비자금이 변씨에게 흘러갔다는 검찰의 발표를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이날 변씨의 집과 서울 소공동 보고펀드·보고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상자 15개 분량을 압수했으며 14일 변씨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론스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변씨의 개인 비리 차원에서 보고펀드 출자 관련 자료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변씨는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한 론스타 사건에 연루돼 감사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론스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변씨의 개인 비리 차원에서 보고펀드 출자 관련 자료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변씨는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한 론스타 사건에 연루돼 감사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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