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강도가 갑자기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문구용 칼로 위협하더니 근처 빌딩 화장실로 끌고 갔어요. 카드가 없다니까 때리고, 지갑의 현금을 가져갔습니다.”
지난 13일 저녁 경찰에 신고된 내용이다. 강도를 당했다고 알려온 이는 혼성그룹 출신의 여성 솔로 서아무개(27·예명 청안)씨. 저녁 8시 라디오 생방송 출연을 앞뒀던 그는 충격으로 인해 방송국 대신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팬들은 인터넷에 오른 서씨 기사에 댓글을 남기며 걱정하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사흘 뒤인 16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도에게 끌려갔다는 지점이 녹화된 인근 빌딩의 폐쇄회로텔레비전을 확인한 결과 서씨가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며 “이를 근거로 추궁한 끝에 허위 신고였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서씨는 목소리가 나빠져 생방송 출연에 부담을 느낀데다 인기가 오르지 않자 세간의 관심도 끌 생각으로 자작극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서씨가 음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용불량자가 될 만큼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서씨는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일주일 안에 즉심에 넘겨져 벌금이나 구류형을 받게 될 전망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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