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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전환자 호적정정 판결 요지

등록 2006-06-22 17:22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성(性)의 결정과 성전환자의 성

가. 호적법을 포함해 현행법 체계는 모든 사람이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에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남성과 여성의 구분, 즉 성의 결정기준에 관하여 별도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종래에는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ㆍ성기 등 생물학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해 왔지만 근래에 와서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과 사회적으로 승인된 성역할 등 정신적ㆍ사회적 요소들도 성 결정 요소의 하나로 인정받게 됐다.

나. 생물학적 성은 출생시 곧바로 확인될 수 있지만 정신적ㆍ사회적 측면에서의 성이 생물학적 성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출생 당시 쉽사리 알 수 없다가 성장하면서 성귀속감과 성역할이 생물학적인 성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되기도 한다.

성전환증(Transsexualism)은 1950년대 이후 비로소 학문적 관심을 받게 되어 국제보건기구(WHO)는 제10차 국제질환분류(1994년)에서 성전환증을 성정체성 장애의 하나로 분류했고 해부학적 성에 대한 불편함이나 부적절감을 갖고 있고 반대의 성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선호하는 성에 일치되도록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고자 하는 욕구라고 정의하면서 성전환증으로 진단되려면 전환된 성 정체성이 최소한 2년 이상 지속되어야 하고, 다른 정신장애 또는 성염색체 이상이 없야야 한다고 했다.

다. 성전환증을 가진 사람의 경우, 정신과적 진단을 받고 상당기간 치료를 실시해도 여전히 증세가 치유되지 않아 의학적 기준에 따라 성전환수술을 받고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추고, 전환된 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만족감을 느끼고 그 성에 맞춘 의복, 두발 등 외관을 하고 성관계 등 개인적인 영역과 직업 등 사회적인 영역에서 모두 전환된 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주위사람들로부터도 그 성으로서 인식되며,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아니한 경우에야 법률적으로도 성전환자의 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2.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상 성별 기재의 정정


가. 호적제도는 우리나라 국민의 신분관계를 호적에 등록하여 이를 공시하는 제도이며 그 기재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정할만한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경우 수정함으로써 호적이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

나. 현행 호적법에는 출생시 성별 기재를 전환된 성에 따라 수정하는 절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지만 아래에서 보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하여는 호적정정에 관한 호적법 제120조의 절차에 따라 호적의 성별란 기재의 성을 전환된 성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이 상당하다.

(1)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들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법률상 성전환자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호적의 성별란 기재는 물론 이에 따라 부여된 주민등록번호가 여전히 종전의 성을 따라야 한다면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되고 취업이 제한돼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2)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란 기재를 수정하는 규정이 없는 이유는 입법 당시 그 가능성과 필요성을 상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호적정정 절차의 취지는 호적의 기재가 부적법하거나 진실에 반할 때 판결에 의하지 않고 간이한 절차로 사실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므로 성전환자임이 명백할 경우 전환된 성과 호적의 성별란 기재를 일치시켜 진정한 신분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맞는다.

다. 호적정정 허가는 성전환에 따라 현재의 진정한 성별을 확인하는 취지의 결정이므로 호적정정허가 결정이나 호적상 성별란 정정의 효과는 기존의 신분관계 및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한편 사회통념상 이름이 성별 구분의 기초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사건 성전환자가 호적정정과 더불어 개명 허가 신청을 하여 법원이 호적정정을 허가하는 경우에는 그의 이름이 정정된 성에 부합하도록 하는 개명 역시 허가할 수 있다.

3. 이 사건의 검토

신청인은 미혼으로 자녀가 없으며 성장기부터 여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남성으로의 귀속감을 나타내면서 성인이 된 후에는 오랜 기간에 남성으로서 살다가 의사의 진단 아래 성전환수술을 받아 남성의 외부 성기와 신체 외관을 갖추었고, 남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고 개인ㆍ사회생활에서도 남성으로서 인식돼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호적정정 및 개명을 허가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 호적정정 부분에 관하여 대법관 손지열, 대법관 박재윤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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