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성인용품 업체가 최근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매장에서 가게 운영자 이희승씨가 물건을 정리하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인터넷업체 오프라인 매장 열어
200여 종류 음지에서 양지로
200여 종류 음지에서 양지로
현관 유리가 코팅돼 들여다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곳. 허름하고 어두컴컴해 발을 들여놓는 것 자체가 왠지 거북스런 기분이 드는 곳. 이제껏 밝은 빛 아래 나오지 못한 채 장사를 해온 성인용품 가게가 발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 성인용품 판매 1위를 달리는 한 인터넷 업체가 최근 서울 명동에 문을 연 오프라인 매장은 건물 외관을 밝은 오렌지색으로 칠해 팬시용품점을 연상시킨다. 은밀한 성인용품 전문점이 아니라 ‘명랑 성인완구 전문점’을 추구하는 이 가게의 상품 진열대는 화장품 전문점처럼 깔끔하다.
아직까지 성인용품이라는 것을 낯설어하는 고객들의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구 쪽에는 200여 종류의 콘돔과 러브젤, 오일 등이 진열돼 있다. 오리, 펭귄, 금붕어 등 깜찍한 모양의 여성용 진동기(바이브레이터)는 누가 봐도 장난감이다. 가게 깊숙이 들어가면 ‘강도’가 높아져 남성용 인형이나 수갑·채찍 등 사도·마조히즘 용품도 눈에 띈다.
손님들의 층은 다양하다. 젊은 연인들이 함께 방문해 물건을 고르기도 하고, 여성들도 친구 생일선물이나 결혼선물 등으로 물건을 사가기도 한다. 가게 운영을 맡고 있는 이희승(32)씨는 “좀더 밝은 분위기로 떳떳하게 성적 만족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가게를 열었다”며 “처음에는 멋쩍어하며 들어온 손님들도 깔끔한 가게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제품 설명을 해주면 곧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다음달 서울 강남역과 제주도에도 지점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성인용품 업계가 갈 길은 멀다. 성인용품이 음란물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아직까지 성인용품 제조·유통과 관련된 법이 없어 합법적으로 성인용품을 제조·수입할 수가 없다. 가게를 연 인터넷 업체의 이아무개 대표는 “성인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민단체 등과 함께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 기술로 우수한 성인용품을 만들어 세계에 수출하는 것이 우리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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