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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먼저 간 아들 사진에 통곡 조카들에 가족내력 설명도

등록 2006-06-28 20:19수정 2006-06-29 00:29

<b>손주야, 안아보자</b>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오른쪽)씨가 28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손녀 혜경(본명 은경·오른쪽)양을 손짓으로 부르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손주야, 안아보자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오른쪽)씨가 28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손녀 혜경(본명 은경·오른쪽)양을 손짓으로 부르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96살 모친과 ‘동행’ 문학평론가 임헌영씨 조카들 만나
일본 언론 열띤 취재경쟁…관광객 위장 금강산 찾기도
김영남씨 모자 만나던 날

제14차 이산가족 상봉 4회차 행사가 열린 금강산호텔에는 김영남-최계월 모자 상봉 이외에도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간직한 만남이 많았다. 문학평론가이자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민족문제연구소장 등으로 활동 중인 임헌영(65)씨는 어머니 이술노미(95)씨의 동반가족으로 방북해, 한국전쟁 때 헤어진 큰형 임상환씨의 자녀 성재(45)씨와 효숙(48)씨를 만났다. 56년 전 가방 하나만 들고 집을 나선 아들 상환씨는 북에서 가정을 꾸린 뒤 숨을 거뒀고, 중년을 훌쩍 넘긴 손자와 손녀만이 상봉장에 나와 아버지의 빈자리를 지켰다. “이게 형님 사진입니다”라며 임 소장이 건네준 맏아들 사진을 본 이술노미 할머니는 아들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임 소장은 “전쟁이 본격화되자 형님은 또래 청년들과 가방을 들고 떠나면서 ‘조용해지면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다”고 말했다. 헤어질 때 상환씨의 나이는 19살, 임 소장은 9살이었다. 가족들은 상환씨가 북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으며,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상환씨는 숨졌고 자녀들이 남아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임 소장은 조카인 성재씨의 손을 꼭 잡고 안부를 물어봤으며, 이술노미 할머니는 간간이 한숨만 쉬며 사진 속 아들 모습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28년 만에 아들 김영남씨를 만난 최계월씨가 28일 저녁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만찬장에서 손자 철봉군을 꼭 껴안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28년 만에 아들 김영남씨를 만난 최계월씨가 28일 저녁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만찬장에서 손자 철봉군을 꼭 껴안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애초 국군포로 가족인 것으로 알려졌던 김시권(83) 할아버지는 끝내 동생의 소식을 확인하지 못했다. 누님 김시인씨의 아들 정영채(61)씨와 딸 정청숙(64)씨를 만난 김시권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국군 소위로 임관해 전투에 나갔다가 실종된 동생 김시남씨의 소식을 물었으나, 조카들은 전혀 소식을 모른다고 대답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시권 할아버지는 동생 소식을 확인하지 못한 애석한 마음을 누르고 미리 준비한 집안 족보 등을 보여주며 조카들에게 가족 내력을 상세히 설명해 주기도 했다.

이번 상봉 행사의 최고령자인 한복순(97) 할머니는 4년 전에 사망한 아들 대신, 며느리 김창길(66)씨와 큰손자 황길룡(42)씨, 작은손자 황룡(39)씨를 만났다. 이들은 한복순 할머니를 보자마자 “어머님!” “할머님!”을 외치며 큰절을 했다. 며느리가 가족사진들을 보여주자 “눈이 침침해 잘 못알아보겠다”던 할머니는 아들 사진을 보여주자마자 “내 새끼”라며 통곡했다.

한편, 김영남씨 가족 상봉에 대한 일본 언론사들의 경쟁은 남쪽 언론의 취재 열기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일부 일본 기자들은 상봉 전날인 27일부터 이산가족 집결지인 속초 한화콘도에서 최계월씨 등 김영남씨 가족이 도착하기를 기다렸으며, 최씨의 자택인 전주에서 속초까지 차량을 타고 쫓아온 언론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28일 오전에는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까지 따라와 취재 경쟁을 벌였으며, <후지 티브이> 등 일부 언론사는 관광객 신분으로 위장해 금강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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