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막내아들 김영남씨를 만난 남쪽의 어머니 최계월씨가 아들이 29일 상봉장인 금강산호텔에 마련한 뒤늦은 팔순잔치에서 북쪽 손녀 은경(일명 혜경)양, 손주 철봉군, 북쪽 며느리 등과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세월잊은 팔순상
28년 만에 어머니와 누나를 만난 김영남(45)씨가 모자상봉 둘쨋날인 29일 어머니 최계월(82)씨에게 팔순상을 차려주었다. 90년 된 산삼과 비단도 선물했다. 최씨의 생일은 음력 7월15일이며 이미 팔순을 넘겼지만, 김씨가 28년 동안 못다한 효도를 대신하고 싶다고 해 팔순상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날 오후 금강산호텔 2층에 마련된 별도의 방에서 최씨에게 북한식 팔순상을 대접했다. 최씨가 오후 1시10분께 휠체어를 타고 방에 들어서자 김씨는 직접 휠체어를 팔순상 쪽으로 밀고 간 뒤 어머니를 안아 자리에 앉혔다. 최씨는 김씨가 오전에 선물한 미국제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팔순상에는 잉어, 털게, 신선로, 토종닭, 각종 과일과 떡 등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김씨는 “아들 때문에 고생 많이 했을텐데, 60돌과 70돌 생일도 제대로 못 차려 드리고 해서 80돌 생일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며 지난 세월을 사죄했다.
이어 김씨는 어머니에게 북한산 백로술 한 잔을 따르며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80돌 아니라 90돌, 100돌까지 건강하시라”고 위로했다. 웃는 얼굴로 방에 들어섰던 최씨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며느리 박춘화(31)씨가 술을 한 잔 올린 뒤 두 부부는 “어머니, 오래오래 사십시오”라며 큰절을 올렸다.
가족 기념촬영을 마친 뒤 김씨는 준비한 선물을 어머니에게 건넸다. 먼저 90년 된 산삼을 선물하며 “어머니, 이거, 건강하시라고 제가 마련한 산삼인데, 90년짜리야”라며 “꼭 잡수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비단 옷감 상자를 열어 보이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다, 비단인데…”라며 선물을 건넸다. 은경(19·일명 혜경)양과 철봉(7)군은 고려청자 기법으로 만든 도자기 세트를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김씨가 “엄마, 상이 마음에 들어? 좋아?”라고 묻자 최씨는 “좋아! 너무너무!”라며 만족해했다. 김씨는 “내가 못해드렸던 거 마음이라도 가벼워지려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북쪽은 애초 이날 김씨 가족의 공동중식을 5분만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면서 20분 이상 공개하기도 했다. 팔순상이 마련된 방에는 공동중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북쪽 관계자 20여명이 드나들며 상차림을 준비했고, 김씨가 공동중식 직전 상차림 위치를 바꾸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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