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장관 “모순점 남아”
일본 정부는 29일 납치 문제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 김영남씨의 가족 상봉과 기자회견을 북한의 연출에 따른 것으로 규정하고, ‘대화와 압력’으로 납치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김씨의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일본 쪽은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게루는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했을 뿐,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다”며 “메구미의 생존을 전제로 납치 해결을 촉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어머니 사키에는 “메구미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김씨의 설명에 대해 “어린 나이에 납치돼 힘든 상황을 겪었으니 우울증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쪽이 보낸 ‘유골’이 가짜였다고 강조하면서, 이날 회견을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 가족과 대북 전문가들은 이날 회견이 상당한 연습을 거쳐 준비됐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방송들은 오후 5시께 일제히 김씨 회견 장면을 내보냈다. 방송들은 전문가를 동원해 가족 상봉과 기자회견 장면을 꼼꼼하게 뜯어보면서 ‘잘 짜인 연극’임을 부각시켜 김씨의 발언에 신빙성이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
일본 정부는 김씨 기자회견을 면밀히 분석한 뒤 모순점을 추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영남씨에게 ‘메구미는 죽었다’고 말하게 해서 납치 문제를 ‘끝난 일’로 만들려는 게 북한의 의도”라며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지만 일본 쪽은 납치 여부를 따지기보다 가족 상봉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한국 여론에 비춰, ‘한-일 납치 공조’를 저지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남편의 입을 통해 메구미의 사망이 확인된 이상, 다른 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북한의 설명이 맞다는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까 초조해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와 같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대처가 쉽지 않다”며 “북한의 주장을 뒤엎을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