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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돌발입북’ 증언, 다른 증인없어 진실 ‘표류’

등록 2006-06-29 23:10

김영남씨 회견과 남는 의문
김영남씨가 2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북으로 가서 살게 된 경위를 ‘돌발적 입북’이라고 밝힌 것은 그동안 정부 등 남쪽이 파악해 온 ‘납북’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가 하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14차례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에 나온 ‘납북자’들이 예외 없이 ‘자진해서 의거입북했다’고 주장한 것과도 다르다. 예상 밖의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일단 ‘사각지대’로 남아 있던 당시 상황의 일부분을 비교적 소상하게 채워 넣었다. 그동안 김씨가 1978년 8월5일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선배들한테 꾸지람을 듣고 혼자 숙소에서 빠져나갔다는 사실까지는 여러 증언을 통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뒤의 행방은 1980년 6월 충남 대천 서쪽 120마일 해상에서 뭍으로 침투하다 체포된 공작원 김광현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왔다. 문제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김광현씨의 진술이 다소 엇갈린다는 데 있다. 모래사장에서 훌쩍이고 있는 김영남씨를 북으로 귀환길에 올랐던 공작조가 발견하고 회유해 끌고 갔다고 진술했다는 보도도 있고, “임무를 마치고 해상 루트를 통해 북으로 귀환하던 중 김영남씨를 납치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도 있다.

‘해변에서 훌쩍였다’는 첫번째 보도를 따르면, 김영남씨의 29일 기자회견 내용과 장소가 맞지 않는다. 김영남씨가 선배의 폭행을 피해 쪽배에 몸을 숨겼으며, 쪽배가 표류하게 돼 입북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상 루트를 통해 북으로 귀환하던 중 납치했다’는 두번째 진술은 김영남씨 진술과 비슷하다. 먼바다에서 김영남씨를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김광현씨가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진술한 내용은 정확하게 ‘내가 납치한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납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애초에 선유도 해수욕장 백사장인지 해수욕장 근처 바다인지 분명치 않았던 것이다. 김영남씨도 이날 “선유도에 상륙해서 데려갔다는 얘기도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말한 게 진실이다. 다른 증언이 소용 있나”라고 반박했다.

김영남씨의 입북 경위에 대한 설명 가운데 ‘여자친구에게 녹음기를 빌려줬다’는 부분이나 ‘선배 2명이 여자친구에게 빌려줬던 녹음기를 찾아오라고 했다’는 언급은 새로운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증언이 확보된다면 김씨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근거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쪽배를 타다 표류했다’는 부분 등은 발생 이후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당사자인 김씨 말고는 증인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표류하던 김씨를 구조한 ‘북한 배’는 ‘공작선’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기자회견에서 “(배에 탔던 사람들이) 거기(선유도에) 가기는 힘들다고 얘기했다”고 언급한 대목은 이런 사정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전처 요코타 메구미가 1994년 4월13일 병원에서 자살했다고 말했다. 이는 북쪽 당국의 기존 설명과 같은 것이지만, 메구미의 남편인 김씨가 직접 공개적으로 말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씨가 자신의 설명을 입증할 물증을 제시하지는 않아, “북한 당국이 사위와 손녀를 통해 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절대 속지 않겠다”던 메구미 부모와 일본 당국이 당장 태도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이용인 이제훈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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