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북에 있는 아들을 만난 최계월(오른쪽)씨가 30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사흘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아들 김영남씨와 헤어지려 하자 참았던 눈물을 흘리자 손으로 훔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메구미 사망 인정 분위기
일, 대북압박 입지 줄어
일, 대북압박 입지 줄어
김영남 모자 작별
“맡기고 강께, 아들 잘 보살펴~잉.”
30일 오전 금강산에서 진행된 제1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작별 상봉에서 김영남(45)씨의 어머니 최계월(82)씨는 남쪽으로 귀환하는 버스에 오른 뒤 북쪽의 며느리 박춘화(31)씨에게 신신당부했다. 박씨는 눈물을 흘리며 “걱정마세요”라고 답했다.
김씨는 눈물을 애써 참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떠날 때가 다가오자 입을 꾹 다물고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다 결국 눈가를 훔쳤다. 김씨는 “8월 아리랑 공연 때 꼭 모시겠다”며 남쪽 기자들에게 다짐하듯 말하기도 했다.
작별 상봉 뒤 최씨는 “아들 본께(보니까) 겁나게 좋다”며 “더 이상 만족할 게 없다”고 말했다. 누나 김영자씨도 “걱정했던 모습이 아닌,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어서 마음이 놓였다”고 밝혔다.
영자씨는 “(메구미가) 3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며 “머리를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 해 보호해 줘야겠다고, 내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어떤 동정심에서, 또 둘이 좋아해 결혼했다”고 김영남씨가 말한 것으로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영남씨가 8월 〈아리랑〉 공연 때 남쪽 가족들을 북쪽으로 초청한 것과 관련해, “남북의 가족이 만나는 인도주의적 문제인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한편, 대다수 전문가들은 김영남씨 ‘모자 상봉’으로 요코다 메구미를 고리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던 일본 우파들의 입지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우선 김영남씨의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일부 한국 언론이 ‘돌발 입북’ 경위에 대해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요코타 메구미의 사망’은 대체로 기정사실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설마 산 사람을 죽었다고 하겠느냐”는 김씨의 주장이, 사실 여부를 떠나 한국인의 정서에 먹혀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일본 쪽으로서도 “이번 기자회견은 한-일을 분단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메구미는 죽지 않았다”며 납치 문제를 계속 부각시켜 한-일 공조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씨의 남쪽 가족인 어머니 최계월씨와 누나 김영자씨가 이번 상봉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한 대목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북한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며 모자 상봉 자체를 반대했던 일본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 정부도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법과 관련해 일본과 다르게 접근하겠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과 정보 공유는 하되 정책적인 협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북쪽의 협조를 위해 ‘상대방(북쪽)에게 모욕감을 주지 않으려는’ 남쪽의 자세와 이를 활용해 ‘한국과 일본을 분리 대응’한 북쪽 당국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한국 정부도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법과 관련해 일본과 다르게 접근하겠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과 정보 공유는 하되 정책적인 협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북쪽의 협조를 위해 ‘상대방(북쪽)에게 모욕감을 주지 않으려는’ 남쪽의 자세와 이를 활용해 ‘한국과 일본을 분리 대응’한 북쪽 당국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