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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위공무원단 오늘 출범…공직사회 술렁

등록 2006-06-30 20:15

해당 공무원들 “정권 입김·시험 준 비 걱정”
실무책임자 “능력위주 세계추세…익숙해질 것”
“변화 커 불안” “힘 약한 부처 왕따 우려”

50여년 지속돼 온 공무원 계급제가 1일 폐지되고 고위공무원단(이하 고공단)이 출범하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실적에 따른 인사를 한다는 제도지만 공무원들은 대체로 불안하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철밥통’으로 불려온 공무원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제도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지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고공단에 소속된 고위공직자와, 고공단 진입을 앞두고 있는 중간간부 공직자를 집중 인터뷰해 이 제도에 대한 평가와 느낌, 공직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들어보고, 이 제도의 시행을 진두지휘하고 중앙인사위원회 실무 책임자를 만났다.

고공단 소속 2급 공무원(48)

이미 고위공무원단에 들어갔으니 걱정이 없겠다고 말들하지만 변화가 너무 커 일단은 불안하다. 전에는 몸담고 있는 부처의 장·차관 밑에서 일만 열심히 해 평가받으면 됐지만, 앞으로는 다른 부처 장관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고공단제 아래서는 장관의 평가로 퇴출될 수도 있다. 공무원이 정권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다른 부처에도 개방직이나 공모직이 있기는 하지만 이 나이에 지금까지 전공과 다른 새로운 것을 공부하기는 어렵다. 틈이 날 때마다 책이나 보고서를 읽어 재충전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업무의 범위가 한정돼 있는 직위분류제가 돼 있지 않은 관계로 업무가 과중해 시간이 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고공단 진입 앞둔 과장급 공무원(46)

최근 후보자 교육과 역량평가를 받은 3급 공무원에게 들으니, 시험이 지금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농업과 무역에 관한 문제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에게도 그런 시험을 봐야 할 기회가 올텐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

과장이란 자리에 쉴 틈이 없는데 따로 시간을 내 진급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니 걱정이다. 힘이 약한 부처 공무원들은 “고공단제 시작되면 다 보따리 싸야 한다”는 자조섞인 얘기들을 하고 있다. 사실상 자신들의 업무가 전문성이 있다고 내세우기가 어려운데다, 힘있는 재경부나 기획예산처에서 내려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다.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높아 외곽만 떠돌다 되돌아오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가능성이 높다.


정하경 중앙인사위 고위공무원지원단장

능력과 업적에 따른 공무원의 인사는 세계적인 추세다. 고공단에 들어올 때는 후보자 교육과 역량평가를 거쳐 엄격히 자격심사를 하고, 들어온 뒤에는 성과평과를 통해 보상을 주게 되며, 적격심사 등을 통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걸러낼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나이·학번·기수 등 서열 따지기를 좋아하는데, 지금부터는 능력과 실적으로 하자고 하니 잘 되겠느냐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시스템은 이미 바꿨으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점차 익숙해지고 문화도 바뀌게 될 것이다. 결국 장관들이 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인사를 하면서 계급과 연공서열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1978년 미국을 비롯해 영국·네덜란드 등이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정부혁신의 모델로 받아들이고 있다. 프랑스조차도 고공단 제도를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세인 것이 틀림없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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