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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예방투자 소흘 복구비 ‘밑빠진 독’

등록 2006-07-04 18:38

예방사업 매년 4조엔 투자
일본은 복구비 갈수록 줄어
우리나라에서 풍수해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크고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은 정부 예산이 예방보다는 복구 위주로 지출되고, 예방사업은 자치단체에 떠넘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구 위주의 정책=최근 정부는 예방적 투자로 국가 재정운용 계획을 바꾸었으나, 아직도 실제 재정운용에서는 예방보다는 복구 위주로 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2004년 피해 복구비는 21조687억원에 이르나, 예방 투자비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0조5242억원에 불과했다. 또 전체 방재예산에 대한 복구예산의 비율은 태풍 ‘루사’가 온 2002년에는 82.7%에 이르는 등 5년 동안 평균 59% 수준으로 높았다. 일본의 경우 평균 13%로 낮고, 예방투자의 확대에 힘입어 피해 복구비 금액도 2000년 6조8920억원에서 2004년에는 2조416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감소 추세다. 일본은 재해예방의 개념을 확립해 연구를 계속하고 장기적인 예방사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2002년에는 애초 예산 2조8천억엔보다 1조엔이 많은 3조7768억엔을 쓰는 등 매년 4조엔 안팎을 쏟아붓고 있다.

예산 배정도 중앙정부 위주로=국회 예산정책처의 2005년도 예산 분석을 보면, 방재예산이 중앙정부에 치우쳐 있다. 건설교통부 소관 댐개발·하천개수사업 등 1조8334억원, 농림부 소관 수리시설 개보수사업 6185억원 등 국가 관리시설에 대한 사업비는 3조4005억원이 책정됐으나, 자치단체 사업에는 소방방재청과 행정자치부에 모두 6387억원이 배정되는 데 그쳤다. 전체 재해예방 사업비의 84.1%를 국가사업으로 편성하고 있으며, 2006년 예산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풍수해 피해의 83.1%가 지자체 소관시설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자체는 어려운 살림살이로 관심과 투자에 인색하다. 공공시설 피해의 33.8%는 하천에서 발생하고 있고, 정비율이 낮은 지방하천 및 소하천에서 96%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하천의 복구비용은 피해액의 세 배에 이른다. 소하천 정비사업에 쓰이던 지방 양여금제가 2005년부터 폐지되면서 예산 압박이 더 심해졌다.

최근에는 산사태와 급경사지 붕괴로 말미암은 피해가 21%로 늘고 있어 관리와 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기까지는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정치인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겉으로 생색내기 좋은 도로 건설이나 공공건물 신축 등에 막대한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게 문제다. 이보다 돈이 적게 드는 하천 정비 등 자연재해 예방사업은 긴 시일이 걸리고 가시적인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데다, 예방을 하더라도 효과를 증명해 내기가 어려워 예산 책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만다.

전문가들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국가차원에서 재해예방 투자를 확대하고, 부족한 예산은 △국가 균형발전 특별회계 가운데 재해 위험지구 정비사업 상한선을 확대할 것 △국가 균형발전 특별회계 중 지방자치단체 자율편성 국고보조금을 재해예방 사업에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 △피해-복구 악순환을 근절할 수 있도록 별도의 안정적인 특별회계 설치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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