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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물난리 ‘선제 예방’ 급하다

등록 2006-07-04 18:43수정 2006-07-05 03:05

장마·태풍 피해 ‘땜질’…방재예산 59%가 복구비로
국립방재연구소는 2000년, 그해 7월 400억원 가까운 재산 피해를 본 경기 용인시를 대상으로 수해 예방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당시 용인시는 막개발로 말미암아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수해를 당해 재산 피해는 물론 네 사람이 사망·실종되는 인명 피해까지 났다. 국립방재연구소가 산출한 수해 예방대책에 들어가는 돈은 연간 5억3300만원. 이 돈을 40건에 이르는 재해영향 평가서를 만들어 저류지 등 재해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유지·관리비에 쓸 경우 경제적 효과는 그 22배인 118억8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도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이미 곳곳에서 피해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해 위험지구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가 할퀴고 간 전국의 수해 현장은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채여서 또다시 피해가 불보듯하다.

4일 소방방재청 집계를 보면, 1998년에 선정된 취약지구 1123곳 가운데 올해까지 정비가 끝난 곳은 450곳뿐이다. 나머지 673곳은 아직 손도 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재해지역 정비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연평균 1300억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예정된 정비사업을 끝내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재해위험지구 밖의 상습 침수 지역, 수해 위험 다리, 위험 저수지 등 1만5024곳의 재해예방 사업은 자치단체로 넘어가 사실상 방치되다시피한 상태다. 지금의 예산투입 추이대로라면 소하천 정비사업을 마치는 데는 106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4일 오후 장맛비로 청계천 물이 불어나 둔치가 잠길 것으로 예상되자 서울시 청계천 관리센터 직원이 모전교 부근 청계천 출입구에 나와 시민들이 둔치로 내려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청계천은 주변 지역 빗물이 모여 흐르기 때문에 폭우 때는 산책로가 쉽게 침수돼 시민들이 급히 대피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10분당 3~4㎜ 이상의 비가 내리면 천변 산책로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장맛비로 청계천 물이 불어나 둔치가 잠길 것으로 예상되자 서울시 청계천 관리센터 직원이 모전교 부근 청계천 출입구에 나와 시민들이 둔치로 내려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청계천은 주변 지역 빗물이 모여 흐르기 때문에 폭우 때는 산책로가 쉽게 침수돼 시민들이 급히 대피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10분당 3~4㎜ 이상의 비가 내리면 천변 산책로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는 우리나라의 재해대책도 ‘사후 약방문’을 넘어서 ‘선제 예방’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해가 나고서야 허겁지겁 땜질식 처방을 할 게 아니라 미리 예산을 과감히 투입해 각종 재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은 메아리 없는 주장에 그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을 보면, 2000~2004년 피해 복구비는 21조687억원이고 예방 투자비는 10조5242억원이었다. 복구비의 비율이 전체 방재예산의 59%나 차지한다. 일본은 같은 기간 사후 복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3%에 불과했다. 한국의 경우 복구 대비 예방 예산이 6 대 4인 반면, 일본은 1 대 9 정도로 복구보다는 예방에 집중투자하고 있으며, 이런 재해 대책이 열매를 맺기 시작해 최근 들어서는 복구비 금액 자체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아울러 소방방재청이 2년 전 행정자치부에서 독립해 외청으로 출범했지만 아직 종합 조정능력이 미약하고, 예방 개념도 정리가 안 됐을 뿐 아니라 예방에 투입된 예산 통계나 과학적인 예방 방안에 대한 연구도 턱없이 부족해 정부의 행정력 보강도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종설 방재연구소 연구관은 “가시적인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예방을 소홀히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제는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방 위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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