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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FTA…비정규직…꽉 막힌 사회, 대화가 없다

등록 2006-07-14 18:52수정 2006-07-14 22:12

정부 FTA 비밀협상 반발 키우고
비정규직 갈등, 하청업체 몫으로
“관료적 편의주의가 갈등 증폭”
“사회적 약자 대화상대로 봐야”
꽉 막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장에서 막힌 것은 교통흐름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정체 현상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의사소통에서 빚어지고 있다. 장기파업 사업장에서는 노사가 의견을 나눠야 할 협상장의 문이 굳게 닫혔다. 시각 장애인 안마사들은 딱한 처지를 호소할 곳이 없어, 한강 다리 위에서 강바람에 대고 하소연할 뿐이다. 이렇듯 꼬이고 뒤틀린 우리 사회의 갈등 사안들 뒤엔 한결같이 ‘소통 부재’가 똬리를 틀고 있다.

#막힌 곳 1=정부는 지난 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를 선언하기 하루 전에야 공청회를 열었다. 협상 자문단은 4월 말에야 발족했다. 협정 체결로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각계각층의 의견수렴도 없이 협상은 시작됐다. 협상 과정도 모두 비밀이다. 그래서 “협정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의 목소리는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고 있다.

310여 단체로 구성된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대책본부’(범국본)가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점도 의회와 긴밀한 협의 아래 진행되는 미국과 달리 협상 내용을 국회에조차 공개하지 않는 우리 정부의 태도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미국은 협상개시 전부터 모든 과정에서 상원 재경위와 하원 세입세출위 등과 긴밀히, 시기마다 협의한다”며 “협상의 목표와 전략까지도 이미 법으로 정해져 있고 의회가 협정문안 작성에까지 구체적으로 개입한다”고 전했다.

#막힌 곳 2=비정규직 노사 갈등은 대표적으로 ‘소통 부재’에서 빚어진 문제다.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이 일터 문제로 사용자와 대화하려 해도, 현행법상 원청업체는 이들과 대화할 의무가 없다. 형식상의 고용자인 하청업체와 마주앉지만 실권이 없어 소통의 성과가 날 리 없다.

결국 노동쟁의가 1년을 훌쩍 넘겨버리곤 한다. 하이닉스-매그나칩은 570일, 기륭전자 320일, 케이엠앤아이 220일, 르네상스호텔 180일,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은 140일에 걸쳐 이런 메아리 없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포스코 포항본사 건물을 건설노조원들이 점거해 이틀째 농성을 하고 있는 배경도 비슷하다. 포항제철소 안 공사장에서 일하는 건설 노조원들이 포스코에 노사협상을 요구했으나 포스코 쪽이 하청업체에 줄곧 미뤄왔다. 포스코는 대화를 회피한 채 파업기간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려는 노조를 고소하는 등 힘으로만 맞섰으며, 결국 노조원 1천여명이 포스코 본사 건물을 강제로 점거하는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노동자 쪽이 힘에 밀리는 상황에서 사용자 쪽이 기본적인 룰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노사대화의 틀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막힌 곳 3=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뒤 서울 마포대교에서 농성을 벌이던 시각장애인들이 농성 해산 3주 만인 지난 11일 다시 다리에 올라 4일 동안 점거농성을 벌였다. 권인희 대한안마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농성 현장을 찾아와 불법 안마업소, 경락 마사지 업소 등을 무허가 안마시술소로 보고 그에 따른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약속해 농성을 풀었는데, 그 뒤 복지부가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법상 이들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규정이 없다”며 “결국 비장애인 안마사를 인정하는 틀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나기는 했어도 전혀 말이 통하지 않은 셈이다.

#막힌 곳은 이어진다=10~20년 전과 다름없는 소통 부재의 현상들이 민주화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는 원인은 뭘까.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참여정부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하겠다고 했지만, 말과 행동이 달랐다”며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보다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해 ‘숙의’하는 과정을 충분히 갖추는 게 사회적 비용을 훨씬 줄인다”고 지적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부와 국민의 소통 부재는 결국 소수 관료가 중대한 정책을 농단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고 경고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 노동자, 농민 개개인에 대해서는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과 배려를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낼 때는 싸늘하고 불온한 시선을 보내면서 이들을 소통이나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박광태 성공회대 교수)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소통을 위해 대화 당사자들이 마음을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막힌 곳에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대화의 물꼬부터 트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정체 현상은 풀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혜정 김소연 전종휘 이재명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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