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빗물처리장에 강남 빗물 유입
서초구 “내놔라” 강남구 “못내놔”
서초구 “내놔라” 강남구 “못내놔”
한달 넘게 이어진 장마로 빗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늘면서 전국 최고 ‘부자 구청’인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사이에 ‘빗물값’ 다툼이 일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28일 관내 사평·잠원 빗물펌프장의 관리·운영비 가운데 80% 가량인 2억2천여만원을 강남구에서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해 두 펌프장이 처리하는 빗물 가운데 각각 88.3%와 82%에 해당하는 17만4천여톤이 근처 강남구 압구정동과 논현1동 등에서 흘러든다는 게 근거다.
박상권 서초구 치수과장은 “강남구가 혜택만 보고 돈은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며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강남구에서 일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남구 치수과 김흥정 기전팀장은 “우리가 일부러 갖다 버린 것이 아니라 지형에 따라 흘러간 것일 뿐”이라며 “서울시 조례에도 관리자인 서초구가 운영비를 들이도록 규정돼 있다”고 맞받았다.
서울시 조례를 보면 빗물펌프장의 건설 비용은 서울시가 모두 부담하되 유지·관리는 (펌프장이 있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하고,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서초구는 지난해 재정수요 충족도가 146.2%로 서울시에서 강남구(252.4%) 다음으로 높아 시로부터 재정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 서울 시내에는 두 자치구에 걸쳐 있는 빗물펌프장이 모두 19곳 있으나 자치구 사이에 처리 비용을 두고 다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치수과 박용철 기전팀장은 “관련 조례를 고치지 않는 한 서초구의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김도원(서울대 외교 3) 인턴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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