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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줌마 부대’ 동원 조합원에 ‘뒷돈 잔치’

등록 2006-08-03 19:12

업체 “시공사로 뽑아달라” 로비…조합임원들도 수억~수십억 받아
재개발·재건축 ‘뇌물 사슬’ 127명 입건

서울 성북구의 한 지역 재개발조합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사실상 ㄷ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 무렵 60여명의 중년 여성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ㅇ건설의 홍보를 맡았던 ㅈ컨설팅이 동원한 이른바 ‘오에스(OS·아웃소싱) 요원’으로 불리는 전문 홍보요원이었다.

ㅈ컨설팅의 팀장급 10명은 조합원 가운데 ‘포섭’할 대상을 정한 뒤 접근했다. 친밀해지면 “시공사 선정 때 ㅇ건설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며 1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ㅇ건설 쪽으로 마음이 쉽게 기울지 않은 사람한테는 더 많은 돈이 건네졌다. 날마다 10만원씩 건네기도 해 370만원을 받은 조합원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홍보요원들이 조합원 240여명을 상대로 ‘ㅇ건설이 좋다’는 등 바람을 잡고 한달 동안 3억원을 뿌려 조합원 총회에서 결국 ㅇ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ㅇ건설은 재개발 브로커들에게 16억5천만원을 주며 조합추진위 임원들에 대한 로비를 부탁했다. 돈과 ‘아줌마 부대의 힘’으로 시공사 선정에서 역전극이 펼쳐진 것이다.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이복태)는 지난 2~7월 전국의 지검·지청에서 재개발·재건축 비리를 단속해 모두 127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ㅇ건설 정아무개(56) 상무 등 시공사 선정 대가로 수십억원을 주고받은 건설업체 임직원과 조합장 등 37명을 구속기소하고, ㅈ컨설팅 김아무개(38) 대표 등 82명을 불구속 기소, 해외로 도주한 브로커 이아무개(46)씨 등 8명을 기소중지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ㅇ건설 외에도 ㅎ건설, ㄱ기업 등 이름난 대형 건설업체들도 “시공사로 선정되게 해달라”거나 “사업 진행이 원활하게 되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며 조합 임원들에게 수억원~수십억원의 ‘뒷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수주와 관련해 홍보비용만 60~70억원이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시공사로 선정된 뒤에도 사업 편의를 위해 조합장에게 뇌물을 건네는 사례가 잦았다”고 말했다.

이권과 관련한 ‘뇌물’은 건축심의나 철거공사, 제품 공동구매, 분양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전 과정에서 오간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양천구 도시계획위원인 ㅅ대학 김아무개(53) 교수는 아파트 건설 시행사로부터 “도시계획심의 때 주택조합의 건축 심의를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3200만원짜리 승용차와 현금 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 ㄷ주택재개발 조합장 유아무개(64)씨 등 조합 임원 3명과 조합 고문 변호사 김아무개(50)씨 등은 600억원에 이르는 상가를 ㅇ종합건설에 270억원에 판 뒤 ㅇ종합건설로부터 현금과 당좌수표 등 모두 110억원을 뇌물로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ㅂ주택재개발조합 감사인 권아무개(41)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전자제품을 공동구매할 때 업체를 선정할 권한을 갖게 되자 실제 납품가보다 계약서를 비싸게 작성한 뒤 5700만원을 챙기고 조합장 등에게 2천만원을 건넨 혐의가 드러나 기소됐다.

이복태 대검 형사부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이 설립되기 전부터 시작해 각 사업단계별로 이권과 관련된 각종 로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결국 이런 돈이 공사원가에 반영돼 분양가를 높이는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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